[공부클리닉] 낙제생·왕따 자녀 만드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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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생 만드는 일곱 가지 방법

① 다다익선(多多益善)= 참고서·문제집은 많을수록 좋다. 좋다고 소문난 건 빨리 구해줘라. 많이 사주면 사줄수록 부담도 늘고 혼란도 커져 낙제에 유리하다.

② 이왕이면 다홍치마= 공부방을 꽃단장하라. 멋진 만화 벽지도 좋고 화려한 커튼도 괜찮다.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예쁘게 장식하라. 산만해져 자연히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③ 멀리 보고 쏜 화살이 멀리 간다= 목표를 최대한 높게 잡아라. “반에서 1등?” 천만에, 전교1등을 목표로 잡게 하라. 금방 좌절하고 곧 공부를 포기할 것이다.

④ 금강산도 식후경= 늘 배불리 먹여라. 영양가 높고 기름진 음식으로 매끼 포식을 시켜라. 뇌로 가야 할 혈액이 위장으로 가 졸음이 쏟아지고 학습효과도 떨어진다.

⑤ 꿩 잡는 건 매= 학원과 과외를 무조건 믿어라. 점수 올리기 도사라고 자화자찬하는 그들에게 자녀를 맡겨라.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은 저절로 없어진다.

⑥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라= “조금만 더”라며 무조건 독려하라. 스트레스는 올라가고 성적은 떨어진다.

⑦ 내 배 속으로 낳은 자식= 전문가의 말은 절대 듣지 말라. 공부 계획과 습관에 대한 것은 나도 전문가다. 내 자식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내 방식이 최고라고 무작정 믿어라.

왕따 만드는 일곱 가지 방법

① 척척박사로 키워라= 잘난 척, 예쁜 척, 착한 척. 이른바 3척은 왕따의 기본 자세다. 자녀의 그런 모습을 못 본 척하거나 칭찬을 아끼지 말라.

② ‘도’ 아니면 ‘모’, 튀게 만들어라=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유명 브랜드로 온몸을 치장시켜라. 형편이 못 된다면 18세기 복고풍 패션으로 등교시켜라. 왕따는 떼어 논 당상이다.

③ 적 아니면 동지=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학교는 친구들과 노는 곳이 아님을, 모든 친구들은 경쟁자, 즉 적임을 얘기하라. 오직 선생님만이 동지라는 흑백논리를 가르쳐라.

④ 고슴도치 부모 사랑= ADHD, 학습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특수교육이나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아무 조치 없이 학교에 억지로 보내라. 나이 들면 좋아지고 나도 그랬으니 신경 쓸 필요 없다.

⑤ 똥은 더러워서 피한다= 잘못된 것을 봐도, 친구들이 놀리거나 못살게 굴어도 피하기만 하라고 일러라. 그게 재미 있어서 친구들은 더 따돌리게 된다.

⑥ 군계일학(群鷄一鶴)= 담임 선생님에게 특별 대우를 부탁하라. 그러면 눈치 빠른 친구들이 먼저 특별 대우를 해 줄 것이다.

⑦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일단 왕따가 된 걸 알았으면 가해 학생과 그 부모를 찾아가 응징하라. 금방 소문이 나 ‘마마보이(걸)’이라는 별명까지 붙어 진짜 왕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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