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메디컬센터' 종전 의학드라마 구도 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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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SBS는 '카이스트' 후속으로 22일 새 일요드라마 '메디컬센터' 를 선보였다.

종합병원 흉부외과와 일반외과가 무대인 이 드라마는 "의사는 신(神)이 바빠 지상으로 출장보낸 사람" 이라고 믿는 원칙주의자 전문의 승재(감우성),

환자와 후배 인턴에게 똑같이 권위적인 전문의 가연(이승연),

승재의 죽은 여동생과 사랑을 나눴던 과거에서부터 사사건건 승재와 대립하는 또 다른 전문의 현일(김상경),

어찌된 셈인지 동생 승재에 비해 한참 늦된 레지던트 영재(박철)가 중심인물. 여기에 천방지축인 인턴 지태(박광현),

간호사와 갈등하는 인턴 수안(김민선), 승재를 흠모의 눈으로 바라보는 간호사 경선(한고은)등 '전문직 드라마' 이자 '인간 드라마' 가 줄 수 있는 재미의 요소를 고루 함축한 인물들이 가세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90년대 중반 대히트한 드라마 '종합병원' 의 잔상이 남아 있는 시청자들에게 이같은 인물설정은 결코 새롭지 않다.

의약분업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이 아니더라도, 그 사이 변화한 시대 상황을 적극 포착하지 못하는 것도 새 드라마의 새로움을 떨어뜨리는 요소.

혈관을 잘 찾지 못하는 인턴에 지친 환자를 친절한 몇마디 말로 달래는 승재의 모습이 극중에서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는 에피소드로 등장하지만, 사실 이는 더 이상 '인간적' 인 의사만이 아니라 대다수 의사에게 환자들이 기대하는 일면이다.

'종합병원' '의가형제' '해바라기' 등 다양한 의학드라마가 방송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기대 뿐 아니라 의학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도 퍽 높아졌다.

환자가 영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를 나열하는 것이 의사의 '전문성' 보다는 '불친절' 로 인식되는 요즘, 주로 영어로 되어있는 의사.간호사들의 어휘를 대사에 수시로 삽입하고 자막으로 설명하는 관습 역시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

드라마 첫회에 등장한 'notify' 'keep' 같은 단어는 전문용어도 아닌 만큼 이를 우리말로 바꾼다고 해서 '의학드라마의 리얼리티' 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연출자 이창한 PD는 의약분업 등 현실 속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 지 묻는 질문에 "사실 그 때문에 드라마가 존폐위기를 겪기도 했다" 면서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인물들로 그려나가겠다" 고 말했다.

'메디컬 센터' 의 이창한 PD와 인정옥 작가는 이미 '해바라기' 를 만들었던 경험자여서 기대도 그만큼 크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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