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 제록스사 심각한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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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복사기의 대명사로 불려온 제록스가 핵심 사업인 복사기.프린터 부문의 매각까지 검토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20일 보도했다.

지난주에는 제록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란 루머가 월가에 빠르게 확산됐다.

제록스는 긴급히 "언제든지 은행에서 70억달러를 빌릴 수 있다" 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제록스 주가는 지난해 5월 64달러에서 18일에는 10년 만에 최저인 6.75달러까지 떨어졌다.

월가는 제록스의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어음(CP)발행이 매우 어려워졌고, 대출한도 70억달러 가운데 40억달러를 썼기 때문에 자산매각 등으로 이른 시간 내에 자금을 마련해야 회사가 생존할 수 있다" 고 말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24일 3분기 실적발표 때 구조조정 계획도 상세히 밝힐 것" 이라고 밝혔다.

제록스는 싱크탱크인 팔로 알토 연구소를 팔기 위해 한 벤처투자캐피털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내 합작회사인 후지 제록스의 지분 50%를 후지에 넘길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1906년 설립된 제록스가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궁지에 몰렸다.

컴퓨터 프린터.저가 복사기가 등장하면서 제록스의 주력 상품인 고급 복사기의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다.

제록스는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이미 선점한 휴렛 패커드의 벽을 넘지 못한 데다 고급 복사기 시장에서도 독일 하이델베르게 드뤼크마슈넨 등에 시장을 크게 빼앗겼다.

올해 물러난 리처드 토먼 전 회장이 판매조직을 지역 단위에서 업종 단위로 개편한 것도 조직불화.생산성 저하를 불러왔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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