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EBS '경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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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경 멸 (EBS 밤 10시30분)〓'파리 시네마테크의 '죽돌이' 영화광이자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평론가로 출발한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장 뤽 고다르의 초기 대표작.

고다르는 '영화 속 영화' 라는 극중 장치를 통해 영화의 예술적 표현과 상업성 사이의 갈등, 나아가 탐욕과 예술적 욕망이 뒤엉키는 인간 관계를 그려낸다.

소설가 폴(미셀 피콜리)과 카미유(브리지트 바르도)부부는 사소한 말다툼 끝에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폴은 아내의 질투심이 불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카미유는 자신이 예술가로서의 남편에 대한 존경심을 상실한 탓이라고 본다.

그러다 폴은 이른바 '유럽예술영화' 를 한번 제작해보겠다고 나선 할리우드 제작자 제레미(잭 팰런스)에게 발탁돼 그리스 고전 '오디세이' 를 현대화하는 각색작업에 참여한다.

영화감독으로는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거장 프리츠 랑이 실명 그대로 등장하고, 고다르 자신도 조연출로 얼굴을 내민다.

극중 할리우드 제작자처럼 실제 '경멸' 의 제작자들이 브리지트 바르도의 누드신을 요구하자, 바르도가 피콜리에게 자신의 신체부위 하나 하나를 들이대며 좋아하느냐고 묻는 장면을 삽입한 것은 유명한 일화. 인간의 육체를 마치 토막난 정물처럼 찍어낸 화면은 제작자가 의도한 에로틱한 감정을 조금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1963년작. 원제 Le Mp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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