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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광장] 다시 책읽는 독일 청소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해마다 이맘 때면 전세계 출판인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몰려든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도서견본시인 '프랑크푸르터 부흐메세' 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개막해 23일까지 계속되는 올 제52회 부흐메세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1백7개국 6천8백87개 출판사가 총 37만7천여권의 도서를 전시하고 있다. 올해는 약 3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가히 '도서올림픽' 이라 부를 만하다.

요 몇해 동안 프랑크푸르터 부흐메세의 화두는 CD롬.전자도서(e-Book).인터넷 등이었다. 물론 올해도 많은 출판사들이 시대의 조류를 반영, 이러한 첨단도서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화두는 시대를 거슬러 다시 구텐베르크다. 활자로 된 책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최국인 독일 출판계는 들떠 있다. 독일출판협회 롤란트 울머 회장은 "그간 인터넷에 빠져 책을 멀리하던 청소년들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젊은층 독서 붐에 힘입어 올 출판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다시 책을 가까이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대견했으면 권위지인 디 벨트 같은 신문이 '독일인들, 그 어느 때보다 책 많이 읽어' 라는 제목의 기사를 18일자 1면 머릿기사로 올렸을까.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지금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해리 포터 열풍이 독일서도 예외가 아니다. 청소년들의 현재 독서 붐이란 좀 평가절하하면 해리 포터 붐에 다름 아닌 것이다.

지난 13일 밤 해리 포터 제4권이 출시되자 자정까지 서점마다 청소년들이 몰려들어 1백만권이 삽시간에 팔렸다니 그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처럼 독일 청소년들이 해리 포터류(類)의 현대 동화나 팬터지 소설 같은 재미있고 가벼운 책만 선호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아무러면 어떤가. 지금 우리가 '고전' 이라 부르는 많은 문학작품들, 예컨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도 당시엔 '점잖지 못한 젊은 애들을 위한 작품' 이란 평가를 받지 않았던가. 젊은이들이 책을 읽는 사회엔 미래가 있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 우리 출판계와 젊은이들을 생각해 본다.

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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