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5곳 교통 어떻게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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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 서울 회현사거리의 다비치안경점은 25일 점심 시간에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이현철 서비스팀장은 “회현고가도로가 철거된 뒤 맞은편과 횡단보도로 연결되면서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회현사거리의 대연각타워빌딩과 서울중앙우체국 골목골목에 자리잡은 식당들도 고가도로 철거 이후 미소를 짓고 있다. 명동찌갯집의 김순례 사장은 “건너편에 있는 우리은행이나 LG CNS 직원들이 고가 철거 후 점심시간에 몰리면서 매출이 10% 정도 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택시 기사들은 울상이다. 개인택시 운전경력 17년의 김경탁씨는 “택시기사들 사이에 회현사거리는 기피 장소”라며 “특히 저녁 때 시청쪽에서 명동 방향으로 좌회전을 받으려면 신호를 서너 번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삼환택시의 박기수씨도 “새로 길을 놔도 시원찮을 판에 있던 길을 허문다며 손님들도 서울시를 욕한다”며 “고가를 철거했으면 신호라도 길게 줘야지 신호가 그대로니 차량 통행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현고가도로가 철거된 지 5개월째, 주변 상인들과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상반된다. 교통량은 그대로지만 길이 하나 없어지면서 차량 통행 속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1997년 이후 철거한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교통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철거 전보다 차량의 통행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도로가 철거된 다섯 곳 중 회현사거리의 교통상황이 가장 혼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도로 철거 후 퇴계로(충무로~서울역)와 반포로(한국은행~남산터널) 방향에서 모두 시속 7~13㎞씩 속도가 줄었다. 이곳은 교통량도 줄었다.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의 교통량이 철거 전에는 2만여 대였으나 지난해 12월에는 14%가 감소한 1만7000여 대로 집계됐다. 충무로에서 서울역 방향은 시간당 3000여 대에서 1600대가량으로 줄었다.

하지만 철거 2년이 지난 신설고가도로 부근에선 교통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속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철거한 지 6개월 후인 2007년 12월에는 동대문에서 신설동로터리 방향의 차량 속도가 시속 24㎞에서 12㎞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시속 2㎞ 정도 빠른 26.4㎞로 증가했다. 교통량은 시간당 8700여 대에서 8400여 대로 소폭 감소했다.

서울시 김경호 교통기획관은 “고가 철거 직후 교통량이나 통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주변 상권이 살아나고 2년쯤 지나면 통행 속도도 정상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용훈 교통문화운동 대표는 “고가도로 철거 2년 뒤 통행량이나 차량 속도가 제자리를 잡는 데는 많은 시민이 통행을 포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민들이 혼잡구간을 피해 다니는 등 불편이 커졌는데 교통량과 통행 속도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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