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에서 감정까지, 사람 닮아가는 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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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사랑하는 이와 통화할 때 마치 얼굴을 맞대고 밀어를 나누는 듯 상대방의 체취가 휴대전화기에서 흘러나온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개발 중인 제품이다. 휴대전화에 코가 달린 것처럼 향기를 맡고, 그 냄새 신호를 상대편 휴대전화로 보내는 방식이다. 액정화면으로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고 특유의 냄새까지 공유하며 애정을 키워간다.

전자제품이 사람을 닮아간다. 각종 센서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미묘한 감정과 세세한 감각을 흉내내려는 전자제품이 늘고 있다. 사람의 오감과 섬세한 동작, 인지력 등을 전자제품에 이식하려는 시도다.

LG전자가 올 들어 내놓은 휘센 에어컨을 보자. 맨 윗부분에 인간의 눈 기능을 하는 인체감지 센서를 장착했다. 사람의 위치를 감지한 뒤 그쪽으로 바람을 보낸다. 사람이 멀리 있으면 강하게, 가까우면 약하게 바람의 세기까지 조절한다. 이기영 에어컨마케팅팀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인간을 닮으려는 노력이 가전업계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휴먼케어’ 기능이 소비자 사랑을 받는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탱고’는 음성 안내 기능을 통해 인간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로봇이 ‘청소를 시작합니다’ ‘먼지통을 비워주세요’ 같은 메시지를 표현해 사람과 소통한다. 이럴 경우 청소기 사용자는 번거롭게 제품의 상태를 살피지 않아도 음성으로 청소기의 상태를 알아채고 먼지통을 비우는 등 청소를 손쉽게 할 수 있다. 보통 제품의 경우 사용설명서를 보고 조작법을 숙지하지만, 탱고는 말로 설명해 주는 기능까지 갖춰 다루기 쉽다.

발이 달려 사람을 따라다니는 오디오도 있다. 일본 ZMP의 ‘미우로 (Miuro)’는 스스로 이동하고 옥외에서도 원격제어 가능한 디지털 오디오다. 미우로는 사람의 발 역할을 하는 바퀴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본체에는 거리·가속도·접촉 센서 등이 내장돼 위치를 지정해 주면 중간 장애물을 피해가며 스스로 이동한다.

이에 비해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스피커는 손이 달린 듯 소파의 재질을 파악한다. 원뿔 모양의 스피커 ‘베오랩 5’ 상단의 작은 스위치를 누르면 아래쪽에서 마이크가 나와 음파를 내보내고 돌아온 음파를 분석한다. 공간의 크기, 공간 내 사람과 가구의 위치 까지 스스로 파악한다. 이런 주변 정보를 토대로 해당 공간에 맞는 최적의 음향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뇌파를 읽고 인간과 소통하는 인형이 출시를 앞뒀다. 대전 대덕특구 내 벤처업체인 에스엔티글로벌이 뇌파 응용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테디베어 인형이다. 제품명은 ‘싱크 베어(Think Bear)’. 뇌파 인식 마인드셋을 착용한 사람의 뇌파 신호를 읽고 그에 맞는 동작으로 감정을 공유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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