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인니 와히드 대통령, 동창 오만규씨와 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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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만, 자네 여전히 김치를 먹나(You still have Kimchi)?"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열린 '주한 인도네시아 교민 간담회' . 압둘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유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한국인 오만규(吳萬奎.60.미국 LA 거주)씨와 만나 30여년만에 감격의 재회를 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유학 시절 吳씨와 즐겨 먹던 김치 맛을 아직도 기억한다" 며 김치 얘기로 첫 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1968년 이라크 바그다드대에서 유학할 당시 기숙사.자취방 등에서 1년간 동고동락한 사이. 와히드 대통령은 발음하기 어렵다고 그를 '오만' 이라 부르곤 했다. 당시 와히드 대통령은 경제학, 吳씨는 아랍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소식이 끊긴 吳씨를 와히드 대통령이 본격 수소문한 것은 지난 2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외교부를 통해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吳씨가 "높은 자리에 오른 옛 친구에게 행여나 누를 끼칠까 두렵다" 고 사양해 재회가 불발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번 아셈정상회의 참석차 다시 내한하게 되자 LA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吳씨에게 다시 간절히 청했다.

이같은 거듭된 요청에 "친구가 대통령이 된 사실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며 계속 고사하던 吳씨도 마음이 흔들려 지난 18일 급히 귀국했다. 이날 오찬을 함께 한 이들은 얘기꽃을 피우며 추억을 되새기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와히드 대통령이 "룸메이트 시절 항상 '가위바위보' 로 설거지 당번을 정했는데 내가 이기고도 설거지를 많이 해줬다" 고 말하자 吳씨는 "더 많이 한 것은 나" 라고 응수해 서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찬은 두 사람의 정담(情談)으로 예정된 스케줄보다 30분이 넘게 진행됐다.

와히드 대통령은 "공식일정을 마친 뒤 연락하겠다. 호텔에서 밤새워 그동안 못다한 얘기를 나눠 보자" 고 제안했다.

吳씨는 "나를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반갑게 맞아줘 정말 기쁘다" 며 "와히드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원하는 교민들이 많았는데 나를 붙잡고 놔주질 않아서 미안했다" 고 말했다.

글.사진=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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