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심곡암서 '단풍문화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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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울긋불긋한 단풍과 맑은 산내음, 덤으로 문화적 향취까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즐길 수 있다. 북한산 형제봉의 품안에 안겨있는 작은 암자인 심곡암(深谷庵)이 주말인 21, 22일 이틀간 마련한 단풍문화축제가 그 기회다.

심곡암은 이름처럼 '깊은 계곡속의 작은 절' 이라 북한산을 자주 오르는 사람들에게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북악터널과 국민대학 사이에 있는 북악매표소에서 15분 가량 올라가다 형제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조금 비켜나면 바로 보인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오솔길을 따라 심곡암 근처에 이르면 길이 몹시 가파르다. 나란히 선 형제 봉우리 사이 계곡 한가운데 깊은 심을 박고 버티는 몇 개의 큰 바위 틈에 암자가 숨어 있다. 계곡 깊은 곳이라 도심에서 멀지않음에도 제법 산중 분위기가 난다.

작은 암자라 주지 스님과 동국대에서 공부하는 동안 잠시 머무르고 있는 학승, 일을 돕는 불자 두 명까지 모두 4명이 식구의 전부다. 문화축제를 마련한 것은 젊은 주지 원경(圓鏡.39)스님의 아이디어다.

"2년전 이 곳에 주지로 와보니 가을풍경이 좋더군요. 작은 암자지만 마당가운데 널찍한 너럭바위 주위로 공간이 좋아 지난해에 승려화가 성륜 스님의 그림을 전시했습니다. 반응이 좋아 이번에는 조금 행사를 늘렸습니다. "

특별히 문화행사를 준비한 것은 "종교나 문화나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만들자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 이라고 한다.

지난해 우연히 전시회에 들른 가수 양희은씨가 즉석에서 노래 한 곡(한계령)을 불러 방문객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고, 많지 않은 관람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작품이 전부 팔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시회도 두 가지로 늘리고, 간단한 음악회와 이벤트도 마련했다. 21일 오후 3시 다도(茶道)시연회로 시작, 4시에는 대한불교소년소녀 합창무용단 원장인 황학현씨와 제자들이 준비한 승무.합창.시낭송 등 공연이 이어진다.

기현 스님의 선(禪)서화전과 김천 청암사 비구니 스님들이 만든 매듭전시회는 21일부터 29일까지 계속한다. 일요일 오후 1시에도 다도 시연회를 갖는다. 02-914-8860.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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