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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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이 17일 국회 정보위에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林원장의 공개적인 대북 접촉이 적절했는지를 따졌다. 황장엽(黃長燁)전 북한 노동당비서의 증인채택도 논란거리였다.

"야당의원들의 추궁은 어느 때보다 집요했다" 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林원장을 국회 증언대에 세우라" 고 독려한 바 있다. 다음은 비공개회의 뒤 여야 의원들이 소개한 내용.

◇ 林원장의 활동 노출 논란= "간첩 잡고, 대북정보전을 총괄해야 할 국정원장이 대남공작사업의 총수(金容淳 노동당비서)를 수행하고 다니는데 어떻게 안보문제를 안심할 수 있나. " (한나라당 鄭亨根)

"북한 대남담당 비서는 우리로 치면 국정원장과 같은 역이다. 국정원장 말고 누가 김용순 비서의 파트너가 되겠나. " (민주당 文喜相) 여야는 林원장이 대통령 특보자격으로 드러내놓고 활동을 편 것에 대해 이처럼 공방을 벌였다.

특히 한나라당측은 林원장이 추석연휴 때 金비서와 제주.포철 등을 함께 다닌 것을 문제삼은 것. 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유흥수(柳興洙)의원은 "겸직을 못하도록 한 국정원법 제8조 위반" 이라고 몰아쳤다. "국정원장은 익명(匿名)으로 활동한다. 노출된 활동을 하려면 대통령 특보나 통일부장관으로 가라" 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의원은 "울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가는 것도 국무장관이 아닌 클린턴 특사자격" 이라며 "林원장에게 새로운 공직을 부여한 게 아니다" 고 반박했다.

이후락(李厚洛).장세동(張世東).서동권(徐東權)씨 등 3~6공 정권의 중앙정보부.안기부장의 대북 밀사역을 둘러싼 말다툼도 있었다.

한나라당 이윤성(李允盛)의원은 "그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낱낱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고 지적했다.

반면 박상천 의원은 "역대 정권에서 협상에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 북한정보를 잘 아는 정보 책임자를 보냈던 것" 이라고 맞섰다.

林원장은 답변에서 "북의 대남담당비서는 당 조직으로, 우리 통일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의 성격으로 보면 국정원장인 내가 상대역이 되는 게 타당하다" 고 설명했다.

◇ 황장엽 접촉 차단공방=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黃전비서의 외부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고 주장하며 그의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박상규(朴尙奎)의원은 "망명한 사람을 미묘한 시기에 국회에 불러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며 반대했다. 여야는 논란끝에 黃전비서를 '격' 을 낮춰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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