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뭉칫돈 불법유출…일본도 한때 홍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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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문가들이 내년 2단계 자유화 이후를 걱정하는 것은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98년 4월 외환시장을 전면 자유화하는 '신외환법' 발효 이후 1년간 15조엔(약 1천3백억달러)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외국인 주식투자와 국내 개인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 이로 인해 일본 경제는 환율.주가.채권값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가 지속되면서 한동안 고전했다.

위기국면은 자유화 조치 1년이 지난 지난해 중반부터 진정됐다.

일련의 금융개혁 조치로 일본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호전되며 금융.보험.통신업을 중심으로 자금유입이 급속히 증가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에 신고해야 할 자금 유출입 규모를 '5백만엔 이상' 에서 '1백만엔 이상' 으로 낮추고, 금융기관 직원들이 불법유출 혐의거래를 당국에 신고토록 하는 등 무분별한 반출 억제를 위해 마련해 놓은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반출 분위기가 차츰 식어갔다.

금융기관이 보고한 불법유출 혐의거래는 98년 13건에서 99년 1천59건으로 크게 늘어 불법 유출을 적발하는데 기여했다.

개인저축이 많은 것도 조기 정상화에 한몫했다.1년동안 빠져나간 15조엔이 절대규모로는 엄청난 액수이지만 일본 개인저축(1천2백조엔)의 1.3%에 불과하다.

나간 돈이 많았지만 외국기업들의 대일(對日) 직접투자도 처음으로 1조엔을 넘어서면서 경제에 큰 힘이 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외환시장 전면개방 초기에 비교적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단기외채의 비중이 높지 않고 2천억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으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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