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다시 속도 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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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측의 노동당 창건 55주년(10월 10일)행사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인 남북관계에 다시 속도가 붙을 조짐이다.

지난달 30일 끝난 3차 장관급회담(제주) 뒤 '호흡조절' 을 요구한 북한이 18일 평양에서 열릴 2차 경제실무접촉을 계기로 기지개를 켜기 때문이다.

이달 중에는 또 북한 경제시찰단의 남한방문과 ▶한라산 관광단의 제주방문▶경의선 복원을 위한 군당국간 실무접촉 등 일정이 잡혀 있다.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金敬姬)노동당 경공업부장을 비롯한 당경제 관료들의 서울 방문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축하성격도 띨 것으로 보여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노동당 행사 남측 참관단을 정치행사에 동원하지 않은 점을 북측의 긍정적 신호로 판단, 향후 회담의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2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날짜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후보자 2백명의 명단교환이 이뤄지지 못해 당사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또 지난달 교환한 생사.주소확인 대상자 1백명의 결과도 보내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측은 "이번주 안에 명단을 보내오면 큰 차질은 없을 것" 이라는 입장이다.

이달 들어 시작했다 지난 6일 중단된 판문점을 통한 남북간 신문교환도 이번주 중 재개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등 북.미관계 일정에 따라 이미 예정된 남북관계 시간표가 다소 수정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렇지만 남북한이 한 차례 속도조절로 교감(交感)을 이룬 만큼 큰 틀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노동당 행사가 끝나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준비접촉이 이뤄질 것" 이라며 "북측 움직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 남북이 속도를 맞춰 나가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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