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전쟁 참전 기념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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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에 6.25 참전 50주년 기념 열기가 뜨겁다.

중국군은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넘었으나 첫 교전을 벌인 10월 25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신문들은 10월 들어 참전 중국군의 무용담과 중국의 10대 승리 전투, 화보 등을 대대적으로 싣고 있다.

TV에선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로 당시 전사한 마오안잉(毛岸英) 이야기를 다룬 30부작 '조선전쟁(朝鮮戰爭)' 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9월 17일부터 1주일간 쓰촨(四川)성과 베이징(北京) 여행사들은 참전 노인들을 대상으로 옛 전투지역 방문이라는 여행상품을 마련, 인기를 모았다.

베이징 중심가 시단(西單)의 도서(圖書)빌딩 1층에 참전 50주년 기념 도서전시행사도 마련했다.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가 "책을 보려면 뒤축을 들고 목을 길게 빼지 않으면 안된다" 고 엄살을 떨 정도로 연일 인파가 몰리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남북한도 긴장완화를 위해 전쟁 발발 50주년 행사를 자제한 마당에 중국이 참전 기념행사를 이같이 요란하게 벌이는 이유는 뭘까.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을 이유로 내세운다.

미국이 올해 6월 25일부터 2003년 7월 27일(정전 50주년 기념일)까지를 기념기간으로 설정, 각종 행사를 벌이는 데 자극받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포위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 6.25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를 중국인들에게 일깨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14일자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 전쟁을 "중국인민이 침략에 대항해 중국을 보위하며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해 펼친 한판 정의의 전쟁" 이라고 표현했다.

6.25를 가리키는 중국의 공식명칭은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왔다" 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다.

중국은 6.25를 단순히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그치지 않고 근대 중국이 쇠망한 이래 처음으로 제국주의 열강과 싸워 이긴 전쟁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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