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서울] 도시미관 해치는 공사장 울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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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5일 오후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을 앞두고 막바지 도로 정비 작업이 한창인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이 거리는 포장을 새로 하고 차선을 재도색한데다 보도 교체작업까지 해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차를 타고 이 거리를 지나다보면 도로 한편 10여m를 가로막고 있는 철제 울타리에 눈길이 머물고 만다.

주택 철거 작업이 진행중인 이 공사장에는 높이가 고르지도 못한 울타리가 기울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울타리 고정용 기둥들은 저마다 삐져나와 있고 중간 부분은 아예 떨어져 나갔다. 목재와 쓰레기 등 건축 폐기물은 인도에 수북히 쌓여있다.

ASEM 컨벤션 센터로 직접 연결되는 테헤란로 양편의 대형 건물 공사장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몇몇 정상들이 묵을 호텔이 위치한 이 거리에는 휘장이 내걸리고 가로등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설치됐다.

하지만 이 일대 공사장을 가리는 하나같이 딱딱한 회색 철제 울타리들이 '옥의 티' 가 되고 있다.

'1년 내내 공사 중' 이라고도 불리는 서울 거리의 각종 공사장이 도시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주택가 주민들은 공사장이 단조로운 회색 울타리로 뒤덮여 위압감을 줄 뿐 아니라 소음.먼지 대책도 미흡하다며 불평한다.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이명환(李明煥.33)씨는 "건축 자재를 인도에 쌓아놓아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몰론 도로를 막은채 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변경된 차선을 그리지 않아 야간 운전자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고 지적했다.

◇ 대책=도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사장 문화를 가꾸기 위해서는 건설 업체나 관련 기관의 자발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소음.먼지 공해는 소음진동규제법과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규제를 받지만 공사장 울타리나 시설물 외관 등에 대해선 별다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허가 관청이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장에 대해 2m내외의 울타리 등을 설치토록 지침을 주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공사장의 기본적인 안전 점검 외에 공사장 자체가 유발하는 도시미관 저해 요인에 대해 허가 관청이 적극적인 지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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