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노인 모시는 노인 평균 63.6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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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올해 97세인 조병석 할아버지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아들 내외와 함께 산다. 77세가 되던 해 농사일이 힘에 부치자 고향인 충남 부여를 떠나 아들과 합가했다. 조 할아버지를 돌보는 아들 조교환씨도 올해 65세의 ‘노인’이다. 7년 전 공직에서 은퇴한 후 연금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줘 24일 펴낸 ‘서울 100세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령자를 돌보는 부양자의 평균 연령은 63.6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94세 이상 초고령자 87명(남성 25명, 여성 62명)을 6개월간 심층 면접했다.

주 부양자는 며느리(30%), 아들(28%), 딸(20%), 부인(13%), 손자며느리(6%) 순이었다. 주 부양자의 월 평균 수입은 100만원 미만이 39%, 100만~299만원이 29%, 300만원 이상이 31%였다. 부양자들은 사생활 부족(46%)과 식사를 챙기기 위해 외출할 수 없는 점(25.4%) 등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초고령자들은 주로 60대 초·중반까지 농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했으며 절반 이상(56.6%)이 60대 이후에 서울로 이주했다. 보고서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보다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 비율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노인정책이 60~70대 중심이어서 초고령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참여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한경혜 교수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초고령자와 이들을 모시는 고령 부양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초고령 노인의 장수 비결은 외향적인 성격과 규칙적인 식습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자신의 성격이 사교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80%, 여성이 69%였다. 감정 표현을 많이 한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72%, 여성이 52%였다. 우울증 의심 증세를 보인 사람은 4명(5%)에 불과했다. 식생활 조사에서는 남성의 88%, 여성의 76%가 ‘식사를 매우 규칙적으로 한다’고 답했다. 남성의 84%와 여성의 71%가 ‘매끼 거의 일정한 분량을 먹는다’고 답했다.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는 경우는 남성은 월평균 2.3회, 여성은 0.9회에 불과했다. 서울시 유시영 노인정책팀장은 “연구결과를 ‘서울시 고령사회 대비 기본계획’에 반영해 건강한 노년생활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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