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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국회의원님’ 낙인 지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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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왜 그 자리를 탐낼까. 서울시 교육감을 예로 보자. 한 해 주무르는 돈이 6조3000억원이다. 1300여 곳의 초·중·고 교직원 등 5만 명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특목고나 자율고 지정, 수준별 반 편성 같은 교육운영 권한은 기본이다. 그 자리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우선 선거비가 많이 든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옷을 벗은 공정택 전 교육감은 30억원 이상을 썼다. 아이들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비교육적인 돈 싸움, 줄 대기, 학연·지연이 승부를 가른다. 같은 날 뽑는 임기 4년의 교육의원도 마찬가지다. 교육감을 감시하고, 정책을 의결하는 ‘교육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자리다. 하지만 유권자가 비전과 열정을 가진 이들을 뽑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바로 출마 자격 때문이다.

‘불량 상임위’로 낙인 찍힌 국회 교육과학기술위가 그 키를 쥐고 있다. 교과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해 12월 30일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교육감·교육의원의 출마 자격을 없앤 것이 신선했다. 교육·행정 경력(교사·교수나 장학사 등) 5년 이상이던 교육감과 10년 이상이던 교육의원의 출마 자격을 푼 것이다. 기자는 ‘불량 국회의원님들’의 용단에 감동했다. 교육계가 전문성을 이유로 목숨 걸고 지키려는 ‘교육경력’ 규정을 60년 만에 철폐하겠다니 말이다. 평생 학교에서 제자를 길러온 교원의 전문성과 특수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국민의 교육에 대한 열정·고민·경험도 만만찮다. 교육감·교육의원 선거를 ‘교육계만의 리그’로 남겨 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뭔가 꼬이고 있다. 색깔이 다른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동시에 반발하자 교과위는 우왕좌왕이다. 교육감은 3년, 교육의원은 5년의 교육 경력을 출마 자격에 넣겠다는 말이 나돈다. ‘물타기’ 수법이다. 교육계의 ‘밥그릇’ 지키기에 교과위가 밀린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다.

교육감 정당 경력 제한 완화(정당 탈퇴 시점 2년→6개월)와 교육의원 정당 비례대표제 도입은 애초부터 ‘불량 안’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헌법 31조)을 확실히 지키든지, 아니면 현실에 맞게 철폐하든지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교육의원 직선 선출 방식을 갑자기 정당 비례대표로 바꾸려는 것은 지역구에 ‘세력’을 심어놓겠다는 꼼수 아닌가. ‘줄 대기’ 선수에게 나눠줄 요량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세비가 아깝다.

교과위는 27, 28일 상임위를 열어 법안을 확정한 뒤 2월 1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2월 2일은 후보 예비 등록일이다. 늑장 법안 처리인 만큼 제대로 하라. 교육 망치는 ‘불량 국회의원님’ 낙인을 지우려면 여야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국민은 국회의원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 교육전문가다.

양영유 정책사회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