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모기' 대공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기도 부천에 사는 회사원 강문식(31)씨는 7일 밤 여러 차례 잠을 깼다. 때아닌 모기 때문이었다. 일어나서 모기를 잡고 약을 뿌리는 등 난리를 피우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다. 강씨는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모기가 설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도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도시 식당이나 사무실에도 출몰한다. 덕분에 모기약 판매가 덩달아 늘고 있다.

◆실태 및 원인=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9월 19~25일 외양간(소 한마리 기준 공간)에서 채집된 하루 평균 모기수는 537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300마리)보다 79% 늘었다. 경기.부산.경남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채집했다. 모기가 가장 많았던 8월 마지막 주(8월 22~28일)의 하루 평균 모기수는 4970마리로 전년(2103마리)의 2.3배였다. 보통은 9월 말로 접어들면서 모기수는 크게 준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가을이 됐는데도 죽지 않고 활동하는 모기들이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본부 이원자 연구관은 "지난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모기가 크게 번식했는데, 9월에도 화사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모기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낮에는 바깥에 있다가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실내로 들어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평균기온은 21.7도로 평년보다 0.8도, 지난해보다 0.1도 높다. 모기 때문에 덩달아 모기약 판매도 늘었다. 모기 살충제를 생산하는 한국존슨의 최준호 차장은 "지난해에 비해 모기약이 10~20% 더 팔린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인 이마트 관계자도 "9월 모기약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고 했다.

◆유의점=지금 활동하는 모기는 빨간집모기와 숲모기가 대부분이다. 1년내내 지하실에 사는 지하집모기와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중국얼룩날개모기도 섞여 있다.

대부분의 모기들은 인체에 별로 해를 끼치지 않았으나 올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미국을 휩쓸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 국내에서 활동하는 빨간집모기.금빛숲모기.흰줄숲모기 등이 이 바이러스를 매개한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올 들어 미국 40개 주에 1784명이 걸려 56명이 사망했다.

이원자 연구관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비행기로 들어오거나, 모기알이 여행객의 신발이나 짐에 묻어 국내로 들어와 성충이 돼 이 모기가 사람을 물면서 감염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올해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밤에 전자모기향(피레스로이드계)을 피워놓은 상태에서 새벽에 기온이 내려가면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문을 조금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성식.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