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시장 인도 전공한 한국인 드물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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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호 22면

25일 한·인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인도의 IT 및 과학기술 협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27일 벵갈루루 인도과학원(IISc) 내에 문을 여는 한·인도 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의 정해룡(47·사진) 소장을 만났다. 이 센터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압둘 칼람 당시 인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 세계지식플랫폼(GKP)의 일환으로 만든 협력 기관이다. 인도 IT업체 부회장 출신인 그는 한·인도 양국 간 IT 협력은 기로에 처한 한국 IT산업의 부흥에 필수 비타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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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 IT 협력은 왜 필요한가.
“우리의 IT생태계는 1950년대 민둥산 수준이다. 숲으로 가꿔야 한다. 인도는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 IT 기업과 인력의 체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우리도 IT 산업이 발전하지 않았나.
“착시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나 반도체 산업을 IT로 생각하는데, IT파워는 소프트웨어다. 우리는 기기 생산과 고속 통신망 구축 등 하드웨어와 인프라에 집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하드웨어를 갖고 있지만 이런 구조는 후진국형이다. 미래형의 IT 산업은 구글·NHN·MS처럼 소프트웨어를 중심에 두고 여기에 제조업이 얹혀져야 한다. 스마트 폰, 아이파드를 봐라.”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의 컴퓨터·전자공학 전공자 수는 매년 줄고 있다. 3D 직종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중소 IT 업체 95%는 설 자리가 없다. 국내의 3대 기업이 연간 4조~5조원의 정부 수주를 받고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식이다. 임금이 당연히 쥐꼬리다. 국내 IT 인력은 30만 명인데, 3사에서 일하는 인력은 10%, 나머지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소프트웨어 수준이 낮다는 얘긴가.
“정부 물량과 계열사 발주면 충분하니까 해외 수출을 하지 않았다. 기술력이 늘 리가 없지 않나.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인도 업체와 우리 중소기업의 컨소시엄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솔루션 능력이 뛰어나지만 해외마켓 네트워킹은 없다. 인도는 갖고 있다. 인포시스·위프로 등 인도 기업은 북미 시장의 40%, 유럽 시장의 40%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우리는 간접마케팅을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인도로 와야 한다.”

정 소장은 현재 KOTRA가 중소 IT업체들의 현지 활동을 도와주고 있는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무한 시장인데, 한국에서 인도를 전공한 사람들이 너무 적다. 적어도 10년 안에 ‘인도 박사’가 1만 명은 나와야 한다”는 그는 인도인이 한국에 가는 것보다 한국인이 인도로 오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다. IT뿐 아니라 항공우주 분야 등도 한국 측이 이곳에 연구소를 세우고 인도 각 분야의 은퇴 인력을 활용하면 세계 최고의 R&D센터 탄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도 IT 인력의 강점은 뭔가.
“먼저 인성이다. 인도인들은 공학을 단순 기술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개념으로 본다. 이들은 토론문화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발달했는데,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 팀워크로 한다. 지식을 공유할 줄 안다. 인도인들은 1명이 기존 인력이고, 9명이 새로 와도 기존의 작업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인력 1명이 빠져나가면 흔들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정 소장은 인도인들이 미국 유수 기업의 CEO를 맡는 것은, 단순히 IT 기술이나 영어 실력 덕분이 아니라 동료를 배려하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인성과 국제화된 감각을 미국이나 유럽인들이 높이 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ype도 15년 전 우리 한국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다. 아마 그 업체가 해외에서 사업했다면 세계를 석권했을 것이다.” 정 소장은 IT 산업의 부활을 위해선 정부가 IT 분야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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