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놓고 오락가락, 축구협 이게 뭡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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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한축구협회 수뇌부가 ‘오락가락 행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스페인에서 부회장이 “한·일전이 개최된다”고 하자 서울의 회장이 몇 시간 만에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축구협회를 바라보는 축구팬은 불안하기만 하다. 어째서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했을까.

발단은 노흥섭 축구협회 부회장의 발언이었다. 노 부회장은 22일(한국시간) 허정무팀이 전지훈련 중인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5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과 친선전을 벌인다”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유럽 등에서 리그를 마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5월 17일부터 23일까지 A매치를 치를 수 없도록 했지만 한·일전은 이 기간 이후에 열려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은 “한·일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2월 동아시아대회가 끝난 뒤 논의할 사항”이라며 노 부회장의 발언을 부인했다. 축구협회 최고수뇌부인 회장과 부회장이 A대표팀의 평가전을 두고 엇박자를 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 부회장이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일 양국 축구협회는 지난해부터 한·일전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한·일전은 양국이 얻는 득과 실이 일반적인 A매치와 크게 다른 만큼 따져야 할 게 많다.

한·일전은 100% 흥행이 보증된 카드다. 양국 모두 이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라이벌전 개최권을 상대국에 양보할 리 없다. 더군다나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한·일전이 열린다면 무조건 홈에서 개최하려 할 것이다. 숙명의 라이벌에게 패할 경우 받을 심리적 타격이 월드컵 본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주성 축구협회 국제부장은 “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고 말했다.

마르베야(스페인)=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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