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머리 총리' 총선서 패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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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국 정가에 대머리 논란이 뜨겁다. 앞머리가 허전한 후보는 총리가 될 수 없다는 이색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칼럼니스트 앨런 왓킨스가 지난주 일간지 디 인디펜던트에 역대 총선을 분석한 결과 1951년 윈스턴 처칠이 총리로 선출된 이후 이금까지 단 한 차례도 대머리가 총리로 선출된 적이 없다는 글을 실은 것.

왓킨스는 칼럼에 51년 선거에서 대머리 처칠이 승리한 것도 상대 후보였던 클레먼트 애틀리 노동당수의 머리숱이 더 적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자 87.92년 총선에서 잇따라 대처.메이저 총리에 패했던 닐 키녹 전 노동당수도 12일자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앞머리에 숱이 없었던 것이 상당히 불리했다" 며 왓킨스편을 들었다.

문제는 내년으로 예정된 영국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현 총리와 맞붙을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당수가 40대인 데도 불구하고 앞머리가 훤히 비어 있다는 것.

8년만에 처음으로 지난달부터 지지율면에서 노동당을 앞지르고 있는 보수당은 이에 "무슨 해괴한 소리냐" 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의 데이비드 옐랜드 편집국장도 "병을 치료하다 머리카락이 빠진 사람도 많은데 이런 인권침해가 어디 있느냐" 고 문제 제기를 했다. 옐랜드 편집국장 역시 대머리다.

논란이 가열되자 가디언은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등 운동선수와 연예인이 자발적으로 삭발하는 것이 유행이라서 다행히 이번 선거에는 헤이그 당수가 크게 손해볼 것 같지는 않다" 고 분석하면서 헤이그 당수에게 머리를 더 짧게 깎을 것을 권유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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