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교수 "이회창 대항마 빨리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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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권 주자를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 민주당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대항마(對抗馬)가 있어야 한다."

고려대 임혁백(任爀伯.정치학)교수가 11일 여권의 민감한 사안인 '차기 문제' 를 건드렸다. 민주당의 재야출신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이사장 李在禎의원)의 월례 토론회에서다.

任교수의 주장은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짜고 있는 집권 후반기 정치일정과 다른 것이어서 파장을 던지고 있다. 金대통령이 생각하는 차기 후보 결정시기는 2002년 1월 전당대회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인 任교수의 발언요지.

"대권 후보를 지금 가시화해도 늦다. (2002년 1월에 뽑으면)1년 만에 가능하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최고위원을 포함한 여권의 대권 예비후보들에게 역할을 맡겨 그들이 성공사례를 만들도록 도와줘야 한다.

실패하는 예비후보들이 탈락하는 게 민주사회의 경쟁이다. (대선 직전에)무작정 나타나 대통령의 낙점(落點)을 받은 걸로 표를 얻을 수 없다. 대북정책의 성공으로 정권재창출을 이룩하겠다는 발상은 허구에 불과하다. 대외정책이 선거결과를 결정한 적이 없다. 지역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냉전 대 탈(脫)냉전 등 다층적 균열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

그러면서 任교수는 "의약분업처럼 개혁때문에 손해보는 집단은 명백히 드러나지만 그 혜택은 장기적으로 가랑비 젖듯이 스며든다" 면서 개혁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기 내에 승산이 없는 개혁은 과감히 차기로 넘겨야 한다" 고 덧붙였다.

특히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 행정부 등 내정에 실패한 정권은 모두 재집권에 실패했다" 며 내치(內治)와 정권 재창출의 상관관계를 강조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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