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존립 논쟁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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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둘러싼 사법부와 여권의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21일 “과거 군(軍)의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법원 내에 있어 집단적 움직임을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요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우리법연구회가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우리 사회의 포퓰리즘적 주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라며 “법관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싶으면 법복을 벗고 시민운동을 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켜내겠다’고 했는데 사법부의 독립은 법원과 법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광우병 (PD수첩) 판결은 사법 독립이 아니라 사법 독선의 판결, 사법 판결이 아니라 사법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본지 기자에게 “노무현 정부에서 이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사법부의 ‘신주류’가 된 우리법연구회는 하나회처럼 스스로 해체해야 한다”며 “법원 내 사조직을 금지하도록 법원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전국 검사 1700명과 화상회의…“검찰 갈 길 당당하게 가자”
김준규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검사 화상회의에 참석해 일선 검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 총장은 최근 법원과 검찰의 갈등에 대해 “주변 국면이 어수선하지만 검찰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갈 길을 갔으면 한다”고 정리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일선 검사 1700여 명이 참여했다. [안성식 기자]


이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엇을 보고 우리법연구회를 이념집단으로 몰아세우는지 모르겠다”며 “요즘 이런 저런 공격 때문에 일을 못하는데 이런 게 사법권 침해 아니냐”고 반박했다. 여권의 해체 요구에 대해선 “우리법연구회가 법관 윤리에 어긋나는지에 관한 논의는 대법원에서 해야 하며 정치권이라고 마구잡이로 칼날을 세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희동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우리법연구회는 법관들이 사사로이 모여 세력화할 염려가 있다는 우려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대법원에서 목적과 활동을 조사해 염려의 소지가 있다면 해체를 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부장은 해명성 답글에서 “우리법연구회는 학술단체로 등록돼 있으며, 법원행정처장도 국회에서 ‘학술연구단체여서 해체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최근 일련의 상황으로 국민들이 많이 걱정스러워하고 있다”며 “검찰은 흔들림 없이 법질서 확립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국회가 사법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했고, 법무부도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전국 검사 화상회의에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검찰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석천·정효식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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