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안에서도 그라운드 밖에서도 호날두 vs 메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댄디 보이’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는 제냐의 단정한 슈트가 제격이다.

‘섹시 가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아르마니의 화려한 속옷이 어울린다.

세계 축구의 두 아이콘 메시와 호날두. 월드컵의 해를 맞아 이들이 맞붙는 경쟁의 전선은 그라운드 밖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베컴 뒤를 잇는 패션 아이콘=14일(한국시간)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호날두의 광고 사진이 전 세계에 공개됐다. 호날두는 이탈리아 남성패션 명품 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속옷 및 캐주얼 의류 광고의 주인공이었다. 2010년 봄·여름 컬렉션 화보 촬영을 통해 모델계로 외연을 넓혔다. 세계 축구의 패션 아이콘인 데이비드 베컴(AC 밀란)이 지난해까지 모델로 활동한 브랜드다.

명품 브랜드 데뷔는 메시가 먼저였다. 메시는 지난해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시상식이 열린 갈라 행사에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슈트를 입고 나왔다. 제냐 역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남성 명품 브랜드다. 차분한 검은색 제냐 슈트는 ‘바른생활 맨’으로 통하는 메시와 잘 어울렸다.


◆화성남 호날두, 금성남 메시=마초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호날두와 내성적인 메시는 성격 차이만큼이나 대립하는 전선이 넓다.

두 살 더 많은 호날두가 먼저 세계 축구 ‘넘버 원’ 자리를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인공이 돼 FIFA 올해의 선수가 됐다.

메시는 1년 만에 호날두를 밀어냈다. 지난해 트레블(스페인 리그, 스페인 국왕컵,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호날두가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FIFA 올해의 선수상은 당연히 메시의 차지였다.

둘은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을 양분하는 나이키(호날두)와 아디다스(메시)의 간판 모델로 또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호날두가 스페인으로 건너오면서 경쟁은 격화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우승을 내준 바르셀로나를 따라잡기 위해 호날두를 영입했다. 이적료는 8000만 파운드(약 1500억원),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연봉도 1300만 유로(약 210억원), 세계 1위다. 최근 연봉 1000만 유로(약 160억원)로 재계약한 메시는 호날두의 기록을 넘지 못했다. 메시는 올 시즌 14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부상으로 고생했던 호날두(7골)는 최근 컨디션을 회복해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간평가 무대 월드컵=앞으로 최소 5년은 정상을 놓고 대립할 두 스타의 중간평가 무대는 6월 남아공 월드컵이다. 메시의 조국 아르헨티나는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린다. 대표팀에서 소속팀만큼의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한 메시는 조국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다.

호날두도 부상 때문에 포르투갈이 월드컵 본선에 오를 때까지 제 역할을 못 했다. 포르투갈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본선행 출전권을 얻었을 때 그는 마드리드에서 재활 치료 중이었다.

메시의 수성이냐, 호날두의 반격이냐. 두 스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울고 웃을 이가 많다.

장치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