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생정치' 회복을 주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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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상생정치의 회복' 에 합의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9일 열린 영수회담에서 두 총재는 점심을 겸해 3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긴 시간의 대화를 나눴으니 무엇보다 두 총재가 속에 쌓인 모든 말을 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불신의 앙금을 씻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야 두 총재는 정치의 파행으로 경제불안을 가중시킨 데 대해 자성했으며 두 달에 한번씩 정례적으로 만나기로 했고 중단됐던 여야 정책협의회를 재가동키로 하는 등 가시적 합의를 거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영수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정치를 민주-한나라 양당이 중심축이 돼 끌어가기로 합의한 데 있다고 본다.

사실 그동안 여당은 물리적 다수에 지나치게 집착했었다.

그래서 자민련을 끌어넣어 억지 다수를 만들려다 결국 정치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고 국회 공전을 자초했다.

이번 총재회담의 합의는 말하자면 여당은 물리적 다수전략에 대해, 야당은 국회를 포기한 장외투쟁에 대해 반성한 것으로 보고 싶다.

따라서 양당은 앞으로 싸우든, 협력하든 간에 모든 문제를 국회라는 틀 속에서 다루기로 한 것이며 그것이 난관에 봉착하면 다시 영수회담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복원의 실제적인 장치를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양당의 합의는 자민련의 입지를 대단히 축소시킬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도 소수당의 이해에만 집착해 몽니를 부릴 것이 아니라 홀로서기를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총재회담 합의에 따라 남북관계특별위의 설치를 통해 지금까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단(專斷)해온 남북문제를 국회로 옮겨와야 하며 몇가지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두 총재의 합의가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 또 그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나 않을지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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