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접고 입시 매달리는 거, 그건 청춘이 아니잖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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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전산원 영화영상학부에 진학한 천안월봉고 오장은군이 자신의 시집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두 팔로 날아라. 빛을 내며 그대여. 아,젊음이어라.’ 열아홉 소년의 시집 『청춘예찬』 일부 구절이다. 시집의 주인공은 천안월봉고등학교 3학년 오장은(19)군. 오군은 ‘세상과 손을 잡기 위한 나의 청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지난 16일 오군을 만나 시집 『청춘예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오군과의 일문일답.(※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Q 어떻게 시집을 내게 됐나.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써왔다. 많이 썼던 건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습관처럼 썼다. 본격적으로 시를 배우면서 쓰기 시작한 건 1년 전인 예비 고3 시절부터다. 그때는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고민이 많았다. 시를 쓰면서 ‘이렇게 평생 예술을 하면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한답시고 책상에 앉아 쓴 시가 300편 가까이 된다. 이 시들을 내 예술인생의 시발점으로 삼으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 드린 후 시를 추려 두 권의 시집을 냈다. 50부씩 밖에 인쇄를 못했지만 누가 뭐래도 내 첫 작품집이다.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Q 시집 제목이 청춘예찬이다.

“난 청춘, 꿈, 열정, 이런 단어들에 끌린다. 관심사이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청춘이기에 꿈꿀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청춘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난 그 특권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현실이 답답했다. 전국 고3들이 모두 똑같은 자세로 공부하는 게 감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3이라고 하면 ‘공부는 잘하니?’ ‘대학은 어디 갈래?’하고 당연히 묻게 되는 그런 게 싫었다. 지금도 꿈이 없는 친구들을 보면 불쌍하다. 그런 친구들은 서울대에 간대도 부럽지 않다. 꿈이 있는데도 포기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가는 친구들도 안타깝다. 청춘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이런 내 생각과 고민을 시에 담았다.”

Q 시를 쓰는 게 어렵진 않았나.

“국어학원 선생님께 도움을 받았다. 내가 쓴 시를 처음으로 선생님께 보여드렸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께서는 ‘네 시를 쓰기 전에 일단 남의 시를 베껴 쓰는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칭찬해주실 거라 기대했는데 냉정한 조언에 속상했다. 그 때부터 시인들 전집을 사서 필사했다. 현대시인들의 독창적인 시를 많이 따라 썼다. 그걸 다 한 후에야 하나 둘씩 내 작품을 제대로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쓸 땐 그냥 내 생각과 감정에 맡겼다. 며칠간 한 편도 못 쓸 때도 있었고 하룻밤에 열 편을 쓰기도 했다. 소재는 주변에서 찾았다. 예를 들어 ‘옥상에서’라는 시는 정말 옥상에 올라가 썼다.”

Q 원래 시에 관심이 많았나.

“시뿐만이 아니다. 문학, 영화, 음악 등 문화예술 모두에 관심이 많다. 장르는 달라도 예술은 모두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모두 ‘이야기’가 소재다. 난 이야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니까 계속 하고 싶고 더 배우고 싶다. 학교에서도 방송반 활동을 했고 방학 때는 영화캠프에도 다녀왔다. 책이나 영화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본다. 예술과 함께할 땐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난 예술인이 천직인 것 같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이 확실하니까 부모님도 응원해 주신다. ‘네 인생이니까 네 맘대로 한 번 해봐라’고 하신다. 대학 진학도 이쪽으로 했다.”(※오군은 동국대 전산원 영화영상학부에 진학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진학한 영화영상학부엔 매년 과제가 있다. 일년에 한 편씩 단편영화를 만드는 거다. 이때 내 시나리오를 영화화해보고 싶다. 생각해놓은 내용도 있다. 우리 역사 중 정사가 아닌 야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일반적인 역사의 평가를 거꾸로 뒤집어보는 거다. 또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시도 쓰고 싶다. 지금 낸 시집 『청춘예찬』도 더 많이 인쇄해서 서점에 가져다 놓고 싶다. 사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말하려면 끝도 없다. 그냥 뭐가 됐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얼마 전엔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예술은 먹는 것보다 더 좋다. 그러니까 굶어 죽지 않는 한 예술을 하면서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했다. 하하.”

글·사진=고은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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