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부시, 첫 TV 토론회서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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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진 특파원]미국 대선의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3일 오후 9시(한국시간 4일 오전 10시) 보스턴 매사추세츠대 클라크 체육관에서 첫 TV토론을 벌였다.

미국 내 7천5백만명(CNN방송 추정)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 후보는 세금.의료보장.교육.낙태.에너지 등 민생현안에서 세계분쟁 군사개입.유고사태 등 외교.안보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을 맹공했다.

고어는 구체적 수치를 들어가며 부시 정책의 허점을 파헤쳤고, 부시는 클린턴.고어 행정부 '실정(失政)' 을 총체적으로 몰아붙이는 작전으로 맞섰다.

최대 논쟁은 막대한 재정흑자의 감세 문제. 고어는 10년 동안 세금 1조3천억달러를 줄인다는 부시의 공약에 대해 "1% 밖에 안되는 부유층을 위한 것" 이라고 비판했다.

발끈한 부시는 "고어가 허위(phony)숫자로 국민을 협박한다" 면서 "그가 인터넷뿐만 아니라 계산기까지 발명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엉터리 산수(fuzzy math)" 라고 응수했다.

에너지 문제도 논쟁으로 등장했다. 고어 후보는 알래스카의 '북극 국립 야생동물 보호지역' 에 석유 시추를 해야한다는 부시 제안에 대해 "석유업계의 이익을 위한 것" 이라고 비난했다.

부시 후보는 "현 정부엔 에너지 정책이 없다" 며 "국내 유전을 더 개발하면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기름을 사올 필요가 없다" 고 반박했다.

유고사태에 대해 두 후보는 "밀로셰비치가 선거에서 졌고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 고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시가 러시아를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자 고어는 "그래선 해결이 안된다" 며 공격했다.

마지막 정리 연설에서 부시는 "나는 국민에게 힘을 주려한다. 새로운 정신이 필요한 때다. 미국을 위해 함께 모이자" 고 지지를 호소했다.

고어는 "우리가 이룬 번영을 소수만이 독점하느냐, 아니면 모두가 그걸 누리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다. 나는 기득권층이 아닌 중산층을 위해 투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번째 토론회는 1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의 웨이크 포레스트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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