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보니 과학이 머리에 '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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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원자야 놀자’연극팀이 공연에 앞서 연습하고 있다.

"나 아낙시메네스는 물질의 근원을 공기로 봅니다." "나는 헤라클레이토스, 물질의 근원을 불로 봅니다." "이것 보세요. 지금 그 소리가 말이 된다고들 생각합니까? 만물의 근원이 물.불.공기라니요? 나 참! 유치해서…. 나 엠페도클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전북예술고 과학연극 동아리가 지난달 22일 전북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공연한 연극 '원자야, 놀자!'의 한 대목이다. 고대 철학자들이 물질의 근본을 놓고 벌이는 입씨름이다.

이 연극은 고교 과학시간에 나오는 물질의 단원을 극화한 것이다.

'원자야, 놀자!'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북예술고 과학연극 동아리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작품이다. 연극의 내용은 학생들이 학교 과학수업 시간에 연극을 만들어 가며 원자와 분자, 그리고 화학 결합에 관한 내용을 스스로 공부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만물의 근원에 대한 탐구가 재미있는 개그로 엮어져 웃음을 자아내고 있으나 그 속에 담긴 재미뿐만 아니라 세상을 구하려는 다섯번째 원소인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연극을 지도한 박교선(45.과학담당)교사는 "학생들이 지겨워하는 과학을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함으로써 과학이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과학수업에 마술 복장을 하고, 마술적 기법을 활용해 수업을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있기도 하다. 또 한국과학문화재단으로부터 '2003년 제1회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지난 8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청소년 과학축전에 참가해 과학전시 부문에서 1등상을 받았다.

이 과학연극 동아리는 과학계에서 호평을 받을 정도로 과학연극 분야에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과학연극 '이중 나선'을 선보였었다. 현재 단원은 23명. 내년 일본 도쿄 과학축전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10월 30일에는 이화여대 와이즈(WISE : 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센터의 초청으로 서울 공연도 앞두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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