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장외 주가 150만원 첫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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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상반기 중 상장을 추진 중인 삼성생명의 장외주가가 19일 150만원을 넘어섰다. 이날 하루에만 20만원 가까이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 초 110만원대를 넘어선 이후 주가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삼성생명은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1주의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2000만 주인 삼성생명의 전체 주식은 2억 주로 늘어난다. 삼성생명 측은 “유통되는 주식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가격이 비싼 데 따른 투자자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풀어주기 위해 액면분할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외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삼성생명의 공모가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현재 시장 상황이라면 공모가가 100만~12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이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기존 주주들은 상당한 평가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삼성자동차 채권단과의 갈등도 무리 없이 해소될 수 있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자동차의 부실이 커지자 채권단에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내놨다. 당시 주당 70만원의 가격을 쳐 2조4500억원을 부담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상장이 늦어지면서 채권단은 2005년 삼성을 상대로 연체이자(연 19%)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삼성 측은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 제공으로 삼성차 부채가 해결된 만큼 이자를 줄 수 없다고 대응했다. 1심 법원은 삼성 측이 채권단에 연 6%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양측이 불복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1999년 삼성생명 주식 116만 주를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한 채권단은 현재 삼성생명 주식 233만4045주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가 100만원이라면 채권단이 소유한 주식 가치는 2조3340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29만원으로 평가(장부가)한 삼성생명 주식 49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주당 100만원에 매각한다면 약 3500억원(49만여 주×71만원)의 처분 이익을 올린다. 역시 장부가격을 29만원으로 책정한 외환은행(12만 주)은 약 800억원, 신한은행(8만 주)은 568억원의 매각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이태경 애널리스트는 “105만원이면 1심 법원이 정한 이자 부분을 해결할 수 있고, 125만원을 넘으면 채권단이 주장하는 연체이자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생명 주식을 13.6% 보유한 신세계와 8%를 가진 CJ그룹도 상당한 이익을 올린다. 삼성생명 직원들도 기대감이 크다. 99년 당시 삼성생명 임직원들은 액면가(5000원)에 55만여 주의 우리사주를 받았다. 연차에 따라 100~300주가 배정됐다. 삼성생명 주식이 100만원에만 상장돼도 1인당 1억~3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는 것이다. 삼성생명 측은 전체 임직원의 절반인 3000명 정도가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신중한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삼성 관계자는 “시장에서 여러 가지 예상을 하고 있지만 공모가격은 물론 구체적인 공모방식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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