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민심 잘 따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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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도 안 열리고, 경제도 뜻대로 안되고, 특히 지방경제가 좋지 않아 국민 앞에 송구하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되 현실을 직시하고 돌파해야 한다. "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6일 현 경제상황을 '난국' 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경제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일 것임을 천명했다.

이날 저녁 민주당 최고위원.의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다. "金대통령은 굳은 결심, 비장한 각오, 현실 직시 등의 용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비장함을 여러 차례 보였다" 고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분위기를 전했다.

金대통령은 "우리는 도태냐, 개선이냐 갈림길에 있다" 고 말했다.

특히 공공부문에 대해선 "경영이 방만했고 도덕적 해이가 심했다" 고 지적했다. "개혁을 등한시하거나 도덕적 해이가 생기면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며 "공기업이건 사기업이건 유리창을 들여다보듯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굳은 결심을 하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 며 "기업.금융개혁은 연말까지, 공공.노사부문은 내년 2월까지 개혁을 완수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위기는 기회" 라면서 "IMF 당시의 금모으기 정신을 살린다면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 는 전망도 내놓았다.

경제가 바탕이 되면 2년반 뒤에 정권 재창출도 반드시 할 수 있을 것" 이라며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고 몸을 던져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자" 고 의원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金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도 "경제가 잘 돼야 정치.사회 등 모든 것이 안정되고 남북대화도 잘 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만찬에서 정국안정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국회가 하루빨리 경제개혁을 위한 법을 통과시켜 줘야 한다" 면서 "최선을 다해 야당 의원들과 협조하고 대화하라" 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의사당에선 강행 처리가 다시 있어선 안된다" 며 '날치기 불가론' 을 언급했다.

金대통령은 그동안 "강행처리도 안되지만 (야당의)물리적 저지도 안된다" 는 양비론을 펴왔다.

"민심의 소재를 충분히 알고 있고, 앞으로는 민심을 잘 따를 것" 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당에 대해서는 "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대외적으론 단결된 모습을 보여달라 "고 주문했다.

이상일.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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