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예산, 방향은 좋지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년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6% 늘어난 1백1조원이며 국민의 조세부담률도 20.7%로 늘어난다.

이같은 내용의 '2001년 예산 규모' 가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체적으로 내년 예산은 재정적자 축소, 정보통신(IT)산업 투자 확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복지예산 확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방향은 좋지만 우려할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국민의 세부담을 가구당 1천만원 수준으로 올해보다 21% 늘린 것은 너무 심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허리 휘는 세부담이라는 조세저하이 뒤따른다.

근로소득세를 경감한 것은 저항을 줄이겠다는 의도겠지만 에너지세 등도 결국 일반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또 복지 예산을 31%나 늘린 것도 지나친 감이 있다. 특히 생산적 복지의 핵심사안인 소득공제 제도가 내후년으로 연기된 것은 소비적 복지로의 전락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을 8~9%로 잡는 등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전제한 후 사회간접자본(SOC)투자 비중 등을 줄였다.

그러나 내년 경제가 경착륙하면 재정의 경기안정화 기능이 요청되고 이 과정에서 세수 감소와 더불어 적자 재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SOC 부문의 민자 유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지난해 민간투자법 개정 이후에도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민자 유치를 위한 획기적 규제완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지방재정교부금과 국방비 등 경직성 예산 비중이 64조원으로 너무 커 정부가 자원의 재배분 등 재정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 정도다.

국방비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지방교부금은 지자체의 과감한 개혁을 통해 줄여나가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지만 여전히 잘 안되는 게 정부의 '혈세(血稅)' 인식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을 앞두고 '가짜 빈곤층' 이 양산된다는 본지 보도(26일자 1면)와 같은 혈세 누수 현상을 각 부처에서 비상한 각오로 차단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