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중국서 철수? 계산 좀 더 해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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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6년 2월. 구글·야후 등 미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이 청문회장에 섰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협조한 게 문제가 됐다. 미 하원 의원들의 질책은 날카로웠다.

“이익을 위해 시민의 의무를 포기했다.”

기업은 현실론을 폈다. 구글의 엘리엇 시라지 부사장은 “불완전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불완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4년 만에 ‘불완전한 선택’을 ‘완전한 선택’으로 되돌리겠다고 나섰다. 중국이 검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으름장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구글이 다음 달 중국 사업을 접을 것이란 예상까지 내놓았다.

미국에선 구글 응원전이 벌어졌다. 의회가 앞장서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에서 쓴맛을 보고 철수한 야후는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인터넷이 새로운 냉전의 최전방이 되고 있다’(월스트리트 저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포브스는 “(구글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세계 챔피언 구글은 중국에선 고전해 왔다.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은 31%, 분기별로는 10%대인 경우도 있었다. 중국 토종 인터넷업체 바이두의 64%에 비하면 한참 뒤진다.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 습관(e-메일·검색·쇼핑)과 중국 네티즌의 선호(뉴스·음악·메신저)는 다르다. 한국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낮은 것과 비슷하다.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야후는 2006년 중국 법인을 매각했다. 구글이 기댈 곳은 기술력뿐이다. 구글의 검색 기능은 세계 최고로 평가된다. 하지만 검색 결과를 검열당하면 검색 엔진의 경쟁력은 확 떨어진다. 중국의 차이나데일리는 “구글이 수익성 창출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장 떠날 듯 소리를 높이던 구글이 18일 중국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CS는 이날 보고서에서 “둘이 협상을 시작했다는 게 중요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구글이 중국 사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제 공은 다시 구글에 넘어갔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 구글은 ‘나쁜 짓은 하지 말라(Don’t be evil)’는 창업 이념을 구현하는 기업이 된다.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은 뭔가 확실히 다른 기업이란 인식을 심는 것이다. 대신 금전적 손해가 크다. 미래의 세계 최대 시장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한국 인구보다 더 많은 8600만 명이 늘었다. 구글의 야심작인 인터넷 폰 ‘넥서스원’도 중국 시장을 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5일 출시된 구글폰은 일주일 동안 세계에서 2만 대 팔렸다. 아이폰(160만 대)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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