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우회 '최악의 프로' 제작진·광고주 면담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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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시민단체의 방송감시활동이 한층 전략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새로 제정한 '2000 최악의 방송프로그램 선정 발표'.

그동안에도 '나쁜 프로그램' 선정활동은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대부분이 프로그램을 선정 발표하는데서 그쳤다. 그러나 최근들어 관련 단체들의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26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관련 비디오상영.시청자선언문 낭독 등 별도 발표행사를 가졌으며 발표 당일까지 해당 프로그램을 비밀에 붙여 관심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행사개최 계획이 알려지면서 "무슨 프로그램이 뽑혔는 지 미리 알 수 없겠냐" 는 방송사들의 문의가 이어졌음을 물론이다.

행사개최 뿐이 아니다. 운동본부측은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제작진 및 책임자와 면담을 정식으로 요청, 구체적인 개선약속을 받아낼 방침이다.

방송사의 답변이 불성실하고 무성의할 경우 방송사앞 시위는 물론이고, 다른 시민운동단체들과 연대해 '프로그램 거부' 운동도 펼 계획.

미디어운동본부의 윤정주 간사는 "최근 방송프로그램의 폭력성.선정성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시청자단체들의 문제제기에 방송사들이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 이라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시청자운동을 펴나가겠다" 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해당프로그램의 광고주와도 면담, '프로그램의 질향상에 광고주의 참여를 권유' 할 계획이다. 방송프로그램도 일종의 상품인 점을 감안, 간접적인 불매운동을 펴겠다는 것이다.

이날 '최악의 프로그램' 으로 선정된 프로는 SBS '남희석의 색다른 밤' . 운동본부측은 "진행자의 저질언어 구사와 연예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담뿐인 전형적인 전파낭비 프로" 라면서 "연예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명분 속에 동료연예인을 모함하는 등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훼손할 우려가 농후하다" 고 지적했다.

또 3편의 '나쁜 프로그램' 으로는 "가족관계와 여성의 역할을 왜곡한" KBS2아침드라마 '송화' , "가슴노출 등 선정성의 정도가 지나친"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 "연예인들의 정체성을 왜곡시키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SBS '한밤의 TV연예' 가 꼽혔다. 운동본부측은 앞으로 선정작업을 분기별로 세분화할 방침이다.

이같은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방송가의 화두를 '시청률' 에서 '시청자' 로 바로잡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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