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고1 학생 비교과 준비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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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됨에 따라 비교과 항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교과공부에도 시간이 모자란 학생들에게 비교과항목 준비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시간을 활용해 자신만의 비교과 항목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을 만났다.

대학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대비

“옛 건물 앞에 서면 그 시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찬 바람이 살을 엘듯 하던 지난 12일. 덕수궁을 찾은 이원진(수원영일중 3사진上)군은 눈 덮인 궁 마당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역사학자가 꿈인 이군은 “역사를 잘 알지 못하면 현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독도문제처럼 과거로부터 진행된 역사적 사건들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군은 최근 어려서부터 해 온 역사 공부에 체계적인 관련자료 수집을 더하기로 했다. 안양외고에 합격한 후 여유시간을 역사공부에 쏟고 있는 것이다. 이군은 “지금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하고 있는 자료는 나중에 역사학자가 되는데 반드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학입학사정관 전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군은 “고려 건국기와 말기에 관심이 많다”며 “두 시대 모두 사회개혁과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 격동의 시기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 대한 기록을 접하면 꼬박꼬박 모아놓는다. 이군은 주로 신문과 책, 인터넷에서 자료를 얻는다. 당시에 관한 신문기사 스크랩은 필수다. 그렇게 모은 스크랩이 벌써 40페이지 분량의 ‘클리어 파일’ 2권에 달한다. 또 책 내용 중 관심부분은 노트에 베껴 쓴다. 분량이 많으면 따로 표시해 놓고 표시부분을 정리한 별도의 리스트를 만든다. 인터넷에서 본 글은 문서파일로 편집해폴더로 분류한다. 평균 A4용지 2페이지 분량의 파일이 100개 정도 모였다. 요즘은 안양외고 예비학교에 다니느라 바쁜데도 이틀에 1권 꼴로 역사서적을 읽는다.

이군은 “다양한 체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자신의 목표설정에 도움된다”며 “독서도 마구잡이 보다는 관심분야 목록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북과학고 입학을 앞두고 있는 김준열(부천성주중 3사진下)군은 최근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학고 준비로 떨어진 영어성적을 이번 방학을 이용해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뚜렷한 목표도 세웠다. 텝스 700점 이상이다. 공부를 시작할 즈음 치른 텝스 시험에선 450점을 기록했다. 김군은 “당시엔 모르는 단어가 하루에 400개나 나올 정도로 영어 실력이 형편없었다”며 “학원에 다니면서 문제 유형을 배웠고 지금은 집에서 혼자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공부의 절반을 영어에 쏟고 있는 김군은 KAIST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할 포부를 품고 있다. 그는 “KAIST는 입학사정관제로 모든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에 대비해 영어 실력을 장점 중 하나로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외고에 진학하지만 의사 꿈꿔

고양외고에 합격한 김남호(용인성지중 3)군은 요즘 피아노와 기타 연습에 한창이다. 중1때부터 시작한 밴드부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다. 고양외고 밴드부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엔 아예 하루 2시간씩 시간을 내 규칙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김군은 “외고에 진학하지만 꿈은 의사”라며 “단순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명의가 되기 위해 음악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군이 리더를 맡고 있는 성지중 밴드부는 지난해 용인시 청소년 예능대회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경기도 대회에선 장려상을 수상한 실력파 밴드다. 김군은 지금도 밴드부 친구들과 1주일에 1번씩 모여 곡을 연습한다. 그는 “친구·후배들과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며 “고교에 가도 밴드 활동을 할 생각인데 중학교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군에겐 밴드부 활동 말고는 딱히 내세울 비교과 활동이 없다. 그래서 고교 때는 더 적극적으로 밴드부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밴드부 선배·동료를 설득해 병원 내 자선공연을 꿈꾸고 있다. 향후 대학입시 때 입학사정관에게 이 부분을 가장 크게 내세울 생각이다.

토피아에듀케이션의 김석환 대표는 “비교과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독서”라며 “자신의 관심 분야, 진로계획과 연관된 도서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게’ 읽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제목, 핵심 줄거리, 기억에 남는 문구, 읽게된 계기나 읽은 후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자세히 기록한 독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역사는 현대를 바로 보는 거울”이라고 말하는 이원진군이 지난 12일 덕수궁을 찾았다. 이군은 역사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리 자료를 수집중이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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