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인도네시아의 빠른 공격에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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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쉽지만 잘 싸웠다.

이동수-유용성조는 올해 초 코리아오픈에서 구나완-위자야조에 한차례 이긴 바 있지만 경기 시작 전 4대6 정도의 열세가 점쳐졌다.

이-유조는 1세트에서 수비 위주로 나가면서 상대편의 체력을 소진하는 작전으로 나갔다. 비록 1세트는 내줬지만 이 작전은 들어맞아 2세트에서 이-유조는 이동수의 중간볼 드라이브 처리, 푸싱 등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코트 중앙을 장악해 쉽게 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3세트에서 다시 구나완-위자야조의 반박자 빠른 드라이브와 콤비네이션이 살아나면서 균형이 깨졌다.

이동수는 3세트에서 득점을 올려야 할 순간 결정을 짓지 못하고 랠리를 지속시켜 결과적으로 코트를 넓게 쓰며 후방공격을 전담하는 유용성을 지치게 했다.

수비에서도 상대편의 빈 공간으로 받아 넘기지 못한 게 아쉬웠다.

김동문-하태권조의 3, 4위전 경기는 김-하조의 투지가 돋보인 한판이었다.

김-하조가 준결승에서 3, 4위전 같은 파이팅을 보여줬다면 구나완-위자야조도 상당히 상대하기가 껄끄러웠을 것이다.

남자복식 금메달을 놓친 것도 아깝지만 혼합복식 김동문-나경민조가 8강에서 탈락한 것은 충격적이다.

금메달 두개씩을 따낸 바르셀로나.애틀랜타 올림픽에 비하면 최악의 성적이다. 그러나 기량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선수 시절 올림픽에 나가면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에 발이 얼어붙었다. 김동문.나경민도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앞으로 큰 경기에서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운영능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길영아 삼성전기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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