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교취업 '명암'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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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취업 시즌을 맞아 실업계 고교 졸업예정자의 취업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고생들은 산업체의 실습생 자격으로 속속 일자리를 찾고 있는 반면 농고와 상고생들은 취직이 안돼 울상이다.

광주시 K전자공고는 19일 현재 3학년생 6백80명 가운데 73%인 4백95명을 삼성전자 광주.수원.구미 공장.엠코테크놀러지 코리아.기아자동차 등에 실습생으로 파견했다.

학생들은 통상 3개월간의 실습기간동안 월 60만~1백만원의 보수를 받고 기술을 익히고 나면 대부분 취업이 보장된다. 연봉은 1천5백만~2천만원선.

인근의 K기계공고도 제조업체의 실습생 의뢰가 몰려 3학년 취업반 학생 4백46명 가운데 4백여명이 광주.전남지역 업체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충남 K공고에도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취업의뢰가 1천건을 넘어 학생들이 업체를 골라갈 정도다.

이 학교 취업담당 金모(33)교사는 "지난해보다 기업체의 취업 의뢰 건수가 30% 정도 늘었다" 며 "대학진학 희망 학생들이 많아 업체에 미안할 정도" 라고 말했다.

반면 상업계 고교인 대전시 T정보고는 3학년 4백20명 중 겨우 10여명만이 현장 실습 기회를 얻었다.

은행 2차 구조조정과 맞물려 실습생을 받는 은행이 거의 없는데다 일반 기업체들이 대부분 군필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T상업정보고도 이달 말 중간고사가 끝나면 5백60여명의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줘야 하지만 업체 의뢰가 거의 없고 섭외도 안돼 애를 먹고 있다.

3학년 朴모군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취업 고민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고 말했다.

광주의 한 농업고의 경우 3학년 2백30여명 중 1백여명이 현장 실습하고 있으나 급여가 적은데다 근무여건이 열악해 실습을 마치더라도 취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농고와 상고생들은 실습대상 업체를 구하지 못하자 전공과 상관 없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농업계 학교인 대구J고의 金모군은 "실직자가 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유통점에서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 말했고, 광주의 K상고 崔모군은 "은행원의 꿈을 접고 금속공장에라도 취직해 기술을 익힐 계획" 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조한필.구두훈.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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