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역복식 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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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느냐의 여부는 어떤 의미에서 정신집중이 이루어지는 것과 정비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기록경기의 경우 스타트 라인에 섰을 때의 정신상태 또는 마음자리는 승패를 가늠한다.

이때 상대선수를 의식하거나 어떻게 이길까를 생각하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때는 머리 속이나 마음자리에 상대선수는 이미 없어야 한다.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자기극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더하여 이른바 공백(空白)상태가 이뤄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공백 상태란 마음의 '비움' 또는 무심(無心)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돼야 그동안 연습한 기량이 한껏 발휘된다.

한데 집중이나 '공(空)' 이란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좌선을 통한 상당한 수련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른바 '공' 또는 '비움' 이란 좌선을 통해 자아(自我)를 잊어버리는 것을 뜻한다.

몸 속의 나와 마음 속에 쌓여 있는 나의 찌꺼기가 모두 없어지는 것이 곧 '공' 이다. 그것을 없애는 지름길은 바로 바른 숨쉬기다.

숨쉬기를 고르면서 몸과 마음 속의 모든 것을 뱉어내면 몸과 마음의 '공' 즉 '비움' 이 이뤄진다.

그 빈자리에서 진아(眞我)곧 참나를 찾는 것이 바로 좌선의 본령(本領)이다.

흔히 좌선을 통해 집중력을 키우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일컫는다. 하나는 조용한 곳에서 좌선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떠들썩한 환경 속에서 집중력을 키우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물론 운동선수에겐 적합치 않다. 다만 수도(修道)하는 사람에게 적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선수에겐 후자의 방법 즉 시끄러운 환경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양궁선수들이 수많은 관중들이 열광하는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연습했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었다.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호흡 방법 그 자체다. 일반적인 좌선에서의 호흡법과 운동선수의 그것은 완전히 구분돼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숨쉬기는 한마디로 역복식(逆腹式)호흡이어야 한다.

숨을 뱉을 때 아랫배를 팽창시키고 들이 쉴 때 아랫배를 수축시키는 방식이다. 이것은 몸을 만들고 힘과 스피드를 키우는 호흡법인 것이다.

이규행 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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