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M&A 활성화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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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가가 폭락한 18일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대책다운 대책은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활성화뿐이었다. 정부로서는 나름대로 노림수가 있다.

악재는 즐비한 데 외국인이고 개인이고 주식 살 엄두를 내지 않는 증시에 M&A가 불쏘시개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즉 기업간의 M&A가 전면 허용되면 시장에서 능력 없는 기업들은 그때 그때 실력 있는 기업에 먹혀 퇴출되고, 안먹히려면 주가관리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이런 과정에서 주식 매수가 살아나면서 쇠약해진 증시에 보약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의 임종용 증권제도 과장은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대주주나 경영자가 주가관리를 통해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 이라고 말한다.

◇ 손님 끌게 사모펀드 의결권 제한 풀어=M&A전용 사모펀드가 그동안 제구실을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의결권 제한이었다.

그동안 M&A전용 사모펀드는 투자기업의 지분을 갖고도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 이런 제한을 풀어 '손님' 을 끌어모을 수 있게 해주자는 것.

M&A전용 사모펀드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M&A 공모펀드도 허용했다. 공모펀드는 M&A전용 사모펀드가 인수회사의 주식을 근거로 발행하는 자산담보부 증권(CBO)과 인수대상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어음 등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 재벌 참여는 제한=30대 그룹이 M&A전용 사모펀드를 통해 기업을 인수할 경우 지분이 30% 이상이면 해당회사는 물론이고 주식을 사들인 펀드까지 동일 계열에 편입시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또 30대 그룹은 M&A를 통해 계열로 편입한 회사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5년 내에 되팔도록 해 계열 확장에 악용하는 것을 막았다.

또 30대 그룹 계열의 금융기관은 아예 M&A펀드의 주식취득 자체를 10%로 제한했다.

◇ 효과 얼마나 있을까=일본이 지난해 유사한 펀드를 허용하면서 외국인 자금을 많이 유치했다. 외국의 M&A전용 펀드는 수익률이 상당히 높아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도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도 내용이면 투자가 일어날 전망이다. 벤처 M&A전문회사인 타임 앤 컴퍼니의 송인준 대표는 "M&A전문펀드 설립 활성화 방안은 긍정적 요소가 많다" 며 "앞으로 많이 이용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얼라이언스캐피탈파트너즈의 남강욱 이사는 "투자회사인 브레인러시와 공동으로 10월 중에 3백억원의 펀드를 설정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미래에셋이나 KTB네트워크 등도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 상장기업 임원은 "대주주의 지분이 작은 기업은 적대적 M&A 위험에 그만큼 많이 노출될 것" 이라며 "주가관리에 더 많은 비용을 쏟아 회사경영에 부담이 될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송상훈.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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