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맥정국 해결책임 여당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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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의 장기 공전상태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는 데도 한나라당은 장외로 돌고 있고 민주당은 청와대와 당내 소장파들 사이에 낀 채 엉거주춤 위축돼 있어 정국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 민주당이 최고위원 워크숍을 연다고 하니 보다 뼈아픈 자성과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최근의 민주당 행태를 보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가장 도덕적인 정권이라고 주장하지만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이 추석 상경 길에 경찰 순찰차를 앞세워 도로를 거꾸로 주행하는 짓을 벌이는가 하면 한빛은행 외압사건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오로지 청와대 심기에만 신경쓰는 등 눈치보기에 급급하니 급기야 당내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지도부 사퇴소리까지 나오게 되지 않았는가.

민주당이 당 안팎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민심을 기초로 한 정국타개의 해법을 마련해야 하며, 또 그것을 제대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민은 야당의 가두투쟁을 마땅찮게 여기지만 그러나 그것을 용납하면서 돌파구를 여는 것은 또한 여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국회법 날치기 처리에 대한 사과를 해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한빛은행 대출 외압사건이나 선거비 축소 은폐사건도 당내 소장파들이 주장하듯 특검제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검제가 별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조사대상과 기한을 제한하지 말고, 기소권까지 보장하는 제대로 된 특검제를 한번 시행해 본 연후에나 그런 소리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선거비 축소.은폐사건은 검찰도 의혹의 당사자가 아닌가. 지금 정치의 불안이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지도층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가고 있는 판이다. 정국 난맥의 최종 책임은 여당에 귀속된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확실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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