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people] 스위스 입양 IOC직원 코펙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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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함께 입장하는 것을 보고 '피가 물보다 진하다' 는 말을 실감했어요. 눈물이 흐르는 걸 애써 참았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선수촌내 올림픽 박물관 사무실에 가면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검은 머리의 동양계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스테파니 코펙스(30.여).

6살때 스위스 가정에 입양된 한국계 스위스인이다. 한국 이름은 박현숙.

코펙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위스 로잔에 설립한 올림픽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다 올림픽 동안엔 선수촌내 사무실에서 메달.운동장비 등 올림픽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맡고 있다.

코펙스는 또 IOC 직원 중 추첨을 통해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돼 지난 13일 성화를 들고 시드니 시내를 달렸다.

"저한테 그런 행운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한국에 계신 어머니도 너무나 기뻐하시더군요."

한국말이 서투른 코펙스는 "관중석에서 남북 동시입장을 지켜 보면서 너무나 벅찬 감격을 이길 수 없었다" 고 털어놨다.

스위스 가정에서 자라난 코펙스가 한국인 어머니를 찾게 된 것은 1993년. 어머니 박승자씨가 수소문 끝에 자신을 찾아와 너무나 놀랐다고 했다.

이후 코펙스는 스위스와 한국을 오가며 어머니와 도타운 정을 나눴다. 지난 여름에는 한국인 어머니를 스위스로 초청해 스위스 부모님들과 정겨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김치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코펙스는 "다른 사람들보다 어머니가 한명 더 많으니 얼마나 좋으냐" 며 밝게 웃었다.

코펙스는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선정돼 무척 기쁘다" 며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할 태권도 관련자료를 수집하는데 한국인들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을 바란다" 고 말했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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