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지명직 여성 최고지도부의 숙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나라당 이연숙(李□淑.전국구.65)부총재와 민주당 신낙균(申樂均.전의원.59)최고위원. 여성계 출신으로 정치권에 들어와 최고 지도부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들은 닮은 꼴이다. 국정경험을 갖춘 경험도 비슷하다.

李부총재는 김영삼(金泳三)정권 때 정무 2장관(97년 7월~98년 3월)을 지냈으며, 申위원은 현 정부의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98년 3월~99년 1월)출신. 그 덕분에 여성 정치인에 대해 까다로운 우리 정치권에서 이들은 '비교적 검증된 여성계 인사' 로 꼽힌다.

15대 때 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전국구로 정계에 들어온 申위원은 "당내 유일한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독자 영역을 구축하겠다" 고 의욕을 보인다.

한빛은행사건 등 얽힌 정국을 풀기 위한 최고위원 워크숍(18일)을 앞두고 지난 주엔 각계인사들을 만났다.

李부총재는 '거슬리지 않게 건의하는 스타일' 이란 얘기를 듣는다. 같은 당 의원들은 "하기 어려운 얘기를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게 전달하는 기술이 있다" 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그 한계란 두 사람 모두 당 총재에 의해 '여성계 몫' 으로 지명됐다는 점.

그래선지 대의원들의 직접투표로 뽑힌 선출직과 달리 이들의 주장에는 무게가 크게 실리지 않고 있다.

申위원의 경우 지난달 31일 첫 최고위원회의 때 동료 최고위원(朴相千)으로부터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해)죽어라고 뛰어다닌 추미애(秋美愛).김희선(金希宣)의원은 어디 가고, 조용히 들어오셨다" 는 말도 들었다.

때문에 당 지도부에 1/12(민주당), 1/11(한나라당)의 비율로 들어간 '여성계 할당' 의 범주를 벗어나려는 의욕을 구체적으로 보이라는 주문도 적지 않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17일 "여성 최고위원이 여성문제만 관심을 보여선 안된다" 며 "정국 현안에 독자 주장을 펴는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여성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축소 지향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론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여성정치 공간도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