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리포트] 약물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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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시드니 올림픽의 '약물과 전쟁' 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난 4월부터 올림픽 참가 선수 2천43명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20명이 '비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또 약물 복용이 확실한 것으로 드러난 루마니아의 육상.역도 선수를 선수촌에서 추방하고 일부 혐의가 짙은 선수를 대상으로 재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 시작 전부터 역대 어느 때보다 약물검사를 엄격하게 실시하겠다고 선언해왔다.

실제로 선수들은 올림픽 개막식 이전부터 약물 복용 여부를 가리는 엄격한 조사를 받아왔다. 그래서 중국은 올림픽 참가 전에 자국 선수를 조사, 일부 육상.조정선수를 탈락시켰다.

이번에는 기존의 소변검사 외에 혈액검사를 처음으로 도입해 주목된다.

래이 카즈로스카스 시드니 도핑 연구소장은 "혈액검사는 약물검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획기적인 조치" 라고 주장했다.

검사장치 또한 대단히 정교해졌다. 초정밀 기기를 도입해 소변 속에 숨어있는 각종 약물을 0.5나노g(10의 마이너스 9제곱g)까지 잡아내게 된다.

선수들의 각종 편법적인 약물 사용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예고 없는 수시 약물검사를 통해 약물을 먹은 것으로 판정난 선수는 즉각 선수촌에서 추방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WADA는 각종 혈액.근육 확장제, 흥분제, 긴장완화제, 마약, 이뇨제 등을 복용한 선수들을 적발한다.

특히 적혈구 생산을 늘려 혈액에서 근육으로 가는 산소운반을 왕성하게 하는 에리트로포이에틴(EPO) 복용 여부도 검사한다.

그렇다고 모든 약물을 다 조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근육.뼈의 크기.힘 등을 강화하는 인체성장호르몬(HGH)은 현재 기술로 복용 여부를 가려낼 수 없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일부에서는 도핑검사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는 최근호에서 "HGH를 사용한 선수는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며 EPO 또한 경기 사흘 이전에만 복용하면 속수무책" 이라고 비판했다.

선수들의 반발도 골칫거리다. WADA측은 "약물검사 대상으로 선정된 선수들의 60% 가량이 조사에 적극 응하지 않고 있다" 며 "WADA측은 선수들에 대한 소환권한 등이 없어 작업에 애로가 많다" 고 말했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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