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고유가 대책 발상 전환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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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손바닥만큼 남았던 여름이 끝내 태풍탈을 내고 물러갔다.

태풍 피해는 적었다지만 정치와 경제가 안풀리고 있는터라 그것이 안겨준 피로도는 어느때보다 더 심했지 않았나 싶다.

그럭저럭 넘어가는가 싶었던 대우문제가 현대가 지나간 자리를 다시 차지하며 사단을 내고 있다.

매달 1천억원씩 축을 내는 대우자동차의 매각이 원점으로 돌면서 GM 등 외국사에 해결해 달라고 목을 매는 윔블던 현상(영국 테니스코트에서 외국선수들만 뛰는 것을 빗댄 말)도 재현되고 있다.

남북협력의 상징으로서 축복 받아야 할 18일의 경의선 철도 기공식도 정치에 걸려 빛바랜 행사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의료대란을 봉합하기위해 18일 당정회의가 열리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올것 같지는 않다.

금주에도 경제를 시원하게 풀어줄 호재는 없을 것 같다.

최대의 관심은 역시 고유가다.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절약방안은 억제일변도의 '징벌적 정책' 이라며 효과가 있을지 모두가 의문을 제기한다.

차제에 발상을 전환해 에너지를 아껴쓰는 사람에게 뭔가 혜택을 주어 따라오게 하는 '인센티브 정책' 도 생각해 볼 일이다.

산자부가 얼마전에 만든 '에너지소비 및 절약에 관한 올바른 이해' 라는 보고서가 이런 내용을 암시하고 있긴하다. (자료는 02-500-2733)

지구촌 축제인 시드니 올림픽으로 눈을 돌려보자. 80년대 후반부터 올림픽은 완연히 정보화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IBM이 장비, 시설운영등 올림픽 인프라를 주도하는 건 여전하지만 이번엔 일본 NTT도코모의 i모드(무선인터넷 서비스)와 삼성전자 휴대폰이 경주하고 있는 것이 매우 시사적이다.

손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혁명이 세계의 잔치마당에서 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온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도 그것이다. 유럽에선 다국적기업간의 흡수합병, 증시에 까지 파워를 떨치고 있다.

디지털세계는 독 이어(dog year)로 흘러간다는 말이 있다. 강아지의 1년은 우리의 7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변화가 빠르다는 얘기다.

또 50년에 한반 나올 발명이 이제는 열흘에 하나씩 나온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약1천6백개의 수출산업가운데 80년대부터 최근까지 시장셰어를 늘린 것은 불과 1백60개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계 일각에선 이런 급변하는 산업기술경제를 따라가기 위해서 경제가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산업경쟁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가 나태하면 관료가 드세진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관청가는 무주공산인 새로운 성장산업을 놓고 영역싸움이 한창이다. 자원, 정력의 낭비가 너무 심하다.

이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는 정보통신기술(IT)전략회의, 산업신생 또는 재생회의와 같은 종합적인 시스템을 빨리 가동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곽재원 정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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