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천만에! … 일부 “북극진동 탓 온난화 주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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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 겨울 지구의 북반구에 몰아친 한파와 폭설이 매섭다. 서울은 지난해 12월 하순 이후 13일까지 평균기온이 영하 5.7도에 머물고 있다. 평년(1971~2000년 평균값) 기온보다 4도나 낮은 날씨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셈이다. 1984~85년에 영하 5.8도를 기록한 이후 25년 만에 가장 춥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북서부지역은 11일 아침 기온이 영하10도까지 떨어져 18년 만에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에서는 폭설과 한파로 1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인도에서는 한파로 230여 명이 얼어죽었다.

강추위가 계속되자 지구온난화 대신 빙하기가 오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빙하기 논란은 독일 라이프니츠 해양과학연구소의 모지브 라티프 교수가 최근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그는 “앞으로 20~30년간 서늘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지구온난화 추세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변화를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탓으로 돌렸다. 북극진동은 짧게는 수십일 단위로, 혹은 수십 년 주기로 북극과 중위도(북위 45도)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가 줄었다, 늘어났다 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북반구의 겨울이 추위와 온난화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1980~2000년 사이에는 북극의 기압이 낮은 ‘온난모드’였지만, 이제는 ‘냉각모드’로 바뀌어 앞으로 20~30년간 서늘한 기후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1915~40년에는 온난모드가, 40~70년에는 냉각모드가 우세했는데 지구의 기온도 이런 추세를 나타냈다는 주장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대기과학연구소의 아타스타시오스 소니스 교수도 태평양과 대서양의 10년 단위 진동이 20~30년 주기로 바뀌고 있으며 최근 온난모드에서 냉각모드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기상학자들의 이런 주장을 근거로 초단기 빙하기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상전문가들은 “빙하기 운운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현재의 혹한도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과장은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자연적인 주기가 바뀌어 온난화 모드가 돌아온다면 지구온난화는 20세기 후반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허창회(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올해 북극진동이 예년에 비해 길고 강하게 출렁거렸지만 곧 회복될 것”이라며 “초단기 빙하기가 나타난다는 주장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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