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란' 을 경청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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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 초.재선 의원 13명이 집단으로 당 지도부의 정국운영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제시한 정국처방은 대체적으로 민심과 일치하는 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한다. 나아가 이들의 행동이 우리의 권위주의적 정당풍토에 비춰볼 때 분명 용기있는 '반란' 이란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의 고언(苦言)을 어떻게 수용할지 주목하고자 한다.

공천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의원들로선 지도부의 지침은 곧 지상명령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지시가 떨어지면 날치기.몸싸움.길거리 시위까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은 채 무조건 복종해온 게 지금까지의 국회의원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당 지도부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선 소장파 의원들의 행동은 더 이상 '거수기' 에 머물지 않겠다는 거부요, 의원다운 의원이 되겠다는 자존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민심이 이토록 악화될 때까지 그동안 무얼 했느냐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제 목소리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반갑다.

내부 비판이 활발하지 못한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특히 민주주의의 큰 축인 정당조직이 그럴 경우 민주주의의 위기로 연결된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번 같은 내부 비판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들의 행동이 어떻게 반영되느냐는 민주당의 건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13명 소장파 의원은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국상황 인식에 의문을 표시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으며 위기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누차 강조한 내용과 일치한다.

이들은 또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제 도입, 날치기 처리한 국회법 무효화, 자민련과의 공조 재점검, 지도부 자진사퇴 등 민감한 현안들을 정면으로 다뤘다. 그 처방책 속엔 추석 귀향활동을 통해 접한 민심이 그대로 담겨 있다.

특히 박지원(朴智元)장관 관련 여부로 의혹을 사고 있는 거액 불법대출 사건은 이제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

김태홍(金泰弘) 의원이 '하늘도 웃을 일' 이라고 언급했듯 '단순 사기극' 이라는 검찰수사 결과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권당에서조차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박지원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특검제 도입을, 자민련은 국정조사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초점은 실세(實勢)장관 보호에만 급급한 것처럼 비친 지금까지의 수사 방식으론 국민적 의혹을 풀 수 없다는 점이다. 검찰에서도 재수사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경우도 최소한 수사주체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껏 우리가 주장해왔듯 처음부터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대검 중앙수사부 같은 데서 수사를 담당하는 게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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