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 관전평]미드필드 장악 못한게 패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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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우리 팀 기량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 경기였다. 지더라도 공격적인 경기를 펼쳐야 다음 경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데 초반부터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다 보니 조직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드필드를 장악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미드필더 두 선수(김상식.김도균)가 수비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스리백 수비였으므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명이나 쓸 필요는 없었다.

공격적인 미드필더가 부족했기 때문에 2선 침투가 용이하지 못했고 이영표.강철의 측면돌파도 스페인 수비에 간파당했다.

수비수 세명간 호흡도 전혀 맞지 않았다. 맨투맨도 아니고 지역방어도 아닌 어정쩡한 수비를 하면서 너무 쉽게 실점했다. 홍명보의 공백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강철 대신 수비를 보완할 스토퍼를 보강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유럽 선수들의 슈팅 사정거리가 멀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유럽 선수들은 보통 30m 밖에서도 슈팅을 날릴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전진수비가 필요한데 이 때문에 첫골을 내주고 말았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전력 최종평가전을 주전들이 대부분 빠진 나이지리아와 가진 것도 문제였다. 손쉬운 상대를 맞아 대승을 거뒀던 우리 선수들은 빠르고 강한 스페인의 전진 압박수비에 당황하면서 패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발빠른 최태욱과 김도훈을 투톱에 세우고 이천수를 공격형 미드필더, 고종수를 게임 메이커로 복귀시킨다면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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