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자녀 정책 폐지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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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한 명이 노인 네 명을 부양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4일 인구 대국인 중국도 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로 가구당 1자녀인 현행 산아제한 정책의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둘 이상의 자녀를 가질 경우 무거운 벌금과 강제 낙태 및 불임 시술까지 강요해 국제사회에서 인권 시비의 대상이 됐던 가족계획법을 고칠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중국 정부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지시로 향후 인구 변화 추세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규모 연구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AWSJ에 따르면 중국은 1970년 중반부터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1가구 1자녀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여성 한명당 6명에 달했던 출산율이 올해는 1.69명까지 급속히 떨어졌다. 이론적으로는 중국도 인구 감소기로 접어든 것이다.

최근 중국 내 전문가들은 "엄격한 산아제한이 경제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등 비생산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며 '1자녀 정책'의 폐지를 정부에 권고했다. 산아제한이 인구 억제에는 큰 효과를 봤지만 급속한 고령화라는 역효과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NPFPC)에 따르면 2001년 말 이미 중국은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중이 7.1%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40년이면 고령자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유엔은 2025년께 중국인의 중간 나이가 39세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민일보도 "급속한 고령화는 연금 등 사회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젊은 부부가 부모와 조부모 등 네 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의미"라며 "이는 앞으로 개인뿐 아니라 정부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1자녀 정책을 강요한 결과 남아 선호 현상이 여전한 농촌 가정에서 여아 살해 등이 일어나 남녀 아동의 성비가 117명대 100명으로 심각하게 왜곡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15세 미만 아동의 세계 평균 성비인 105명 대 100명을 크게 웃도는 비율이다.

여기에다 강제 낙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계속된 시정 요구도 1자녀 정책을 재검토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AWSJ는 전했다. NPFPC도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국가 이미지가 크게 깎이고 있다"고 시인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경제 개발로 중국 사회가 변한 만큼 한 가구 두 자녀로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해도 과거와 같은 인구 증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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