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동시입장] 월드컵 분산개최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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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동시 입장으로 남북은 스포츠 교류는 물론 화해 분위기 조성에 큰 발걸음을 떼어 놓았다.

정치적 부담이 작은 스포츠가 어느 분야보다 남북 문제를 쉽게 풀 수 있고 실제로 그동안 교류도 비교적 활발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도 남북한이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낸 데 놀라움을 표시하며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장 스포츠 교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아시아컵 축구선수권대회를 비롯해 내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단일팀 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일부 분산 개최하거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등에 단일팀 출전이 기대된다.

특히 월드컵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조차 남북간 합의만 되면 단일팀.분산 개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경기장 확보.경기 일정 등 세부 사항만 조정되면 가시권에 접어들 전망이다.

국제대회에서뿐 아니라 남북은 직접 ▶90년 통일축구대회 이후 단절된 경.평전 부활▶지난해 서울과 평양을 오간 통일농구 정례화▶씨름 등 민속경기 교차 개최▶남북한 선수 합동훈련 및 훈련시설 상호 제공 등에 우선 합의할 가능성이 크며 부산 아시안게임 성화의 백두산 채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동시 입장은 남북한이 지난 6월 15일 남북 공동선언 이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나섬으로써 성사될 수 있었다.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적극적인 개입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남북한은 각각 국가올림픽위원회.체육단체 등 민간 창구를 통해 스포츠 교류를 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고 이번 동시 입장으로 첫 성과를 거뒀다.

따라서 앞으로 서로 명분과 실리가 일치될 경우 단일팀 구성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으로 북한 스포츠계의 실세인 장웅 IOC위원도 "6.15 남북 공동선언의 틀 안에 스포츠 교류 활성화가 들어 있다" 며 "걸림돌은 없을 것이며 역사적 가치 판단에 의해 좋은 쪽으로 결정될 것" 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남북 스포츠 교류 일지]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대회 평양.서울 교차 개최

▶91년 3월 지바(千葉)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 출전

▶91년 5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단일팀 출전

▶99년 9월 남북 통일농구 1차대회(평양)

▶99년 12월 남북 통일농구 2차대회(서울)

▶2000년 7월 남북 통일탁구대회(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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