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몽사전 펴낸 몽골 올란바타르대 여병무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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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코리안 드림' 을 꿈꾸는 칭기즈칸의 후예들을 위해 약관의 한국인 교수부부가 한몽사전을 펴냈다.

몽골 올란바타르대 한국어학과장으로 몽골에 한글을 보급하고 있는 여병무(余柄茂.33)교수. 그는 같은 대학 한국어 강사인 부인 강선화(姜善花.31.여)씨와 넉넉지 않은 사재를 털어가며 방대한 사전편찬 작업을 6년 만에 완수했다.

양국 통틀어 처음으로 3천부 가량 발간한 이 사전에는 표제어.복합어 1만8천개와 관용어.예문 9천여개가 실려 있다.

최근 방한한 余교수는 "한국은 경제적.정서적인 이유로 몽골리안들에겐 동경의 대상" 이라며 "몽골에선 한국어가 영어와 중국어 다음으로 학습하는 사람이 많은 언어" 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약 1만5천명의 몽골인이 체류하고 있지만 몇배나 되는 몽골리안들이 한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며 몽골 초원에 불고 있는 한국 열풍을 전했다.

그 열풍의 본산이 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기독교 선교사들이 세운 올란바타르대. 한국어.경영.컴퓨터 등 3개학과에 정원이 5백명밖에 안돼 국내 기준으로는 '초미니' 지만 인구가 2백50만명 정도인 몽골의 국립대 정원이 3천명선인 점을 감안하면 사정이 다르다.

余교수가 몽골에 건너간 것은 외국어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인 1993년 9월. 미지의 나라에 대한 관심과 한글의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소명의식이 작용했다. 외대동문인 姜씨도 흔쾌히 남편을 따랐다.

두 사람은 몽골 국립과학 아카데미에서 약 2년간 몽골어를 익힌 뒤 95년 올란바타르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변한 사전이 없어 한글을 전파하기가 힘들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는 일념으로 직접 사전편찬 작업에 뛰어들었다.

余교수는 "외국어 교육도 중요하지만 '한글의 세계화' 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며 "우리나라에 대한 제3세계의 관심이 높아져야 시장도 확산되지 않겠느냐" 고 되물었다.

글.사진〓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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