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김영남 출국 미국항공사에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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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독일 외무부가 미국 아메리칸 항공사측의 주장과 달리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의 지위 및 중요성을 이 항공사에 사전 통보했었다고 독일 현지신문이 7일 보도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이날 '너무 가까워진 북한과 미국' 이란 기사에서 아메리칸 항공사측이 북한 김영남 위원장의 지위(대외적으로는 국가원수)와 중요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또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아메리칸 항공사에 사전통보를 한 독일 외무부와 베를린 주재 한국대사관 모두 '이해할 수 없고 황당한 사건' 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FAZ는 과거 북한 외교관들이 면책특권을 이용, 밀수를 했던 적이 있다고 해서 미국 항공사의 보안요원이 북한 국가원수에게 옷까지 벗도록 요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측에 유화적인 정책을 펴 남북한 관계가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발행한 이 사건이 결코 미국측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AZ는 "그간 15명으로 알려졌던 북한 대표단의 정확한 숫자는 16명" 이라 밝히고 "이 사건 이후 북한 대표단은 5일자 뉴욕행 항공편을 예약까지 했으나 평양측과 협의한 뒤 예약을 취소했으며 최종 결정은 김정일 위원장이 내린 것 같다" 고 보도했다.

현지 관측통들은 독일 정부가 김영남 위원장 일행의 방미 사실을 아메리칸 항공사측에 사전통보한 것이 사실일 경우 이번 사건은 단순 해프닝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내 강경파가 북.미관계와 남북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이번 사건을 유발했다는 음모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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