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중국 인민은행, 지준율 인상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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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상한 것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3000억 위안(약 51조원)가량 흡수해 인플레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를 통해 인민은행은 유동성 과잉 현상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2008년 9월부터 연말까지 인민은행은 네 차례 지준율을 내렸었다. 그해 12월 말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13개월 만에 지준율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인민은행이 7일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국채 3개월물의 입찰 수익률을 0.0404%포인트 인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8년 하반기와 달리 최근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연초부터 “은행들이 대출 속도를 신중히 조절해야 한다”고 말해 이번 조치를 어느 정도 예고했었다.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느슨한 통화 정책을 펴면서 지난해 금융권 대출은 당초 정책 당국 목표치의 배에 달하는 10조 위안(약 1700조원)에 달했다. 줄어든 수출을 내수로 상쇄해 성장률을 보전하기 위해 당국이 느슨한 통화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연말에 식용유를 비롯한 식료품 가격뿐 아니라 휘발유·상하수도요금 등이 일제히 오르면서 올해 물가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하락세였던 물가는 10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이셴룽(易憲龍) 금융발전실 주임은 “당국이 지난해처럼 천문학적 대출이 풀리는 것을 올해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분석했다. 전날까지 상승했던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지준율 인상 조치의 영향으로 3.09%가 하락하면서 3200 선이 무너졌다.

그러나 중국이 본격적인 긴축정책으로 선회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앙재정대학 은행연구센터 궈톈융(郭田勇) 주임은 “통화정책 변화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인 금리는 인플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상반기에는 인상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의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함께 비교적 느슨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었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비교적 뚜렷한 중국 정부의 성향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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